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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야간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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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야간산행

입력
2007.10.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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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부 / 창비도피, 자학이던 산행에서 '육체를 가진 언어' 되찾아

북한산 등산 자제를 당부하는 지하철 공익광고를 봤다. 많을 때는 하루 10만명 이상이 몰리다보니 산길이 허물어지고 다람쥐도 집을 잃었다는 내용으로 기억된다. 산을 참 많이들 찾는구나 싶었다. 한창 산이 좋은 계절이긴 하다. 7년 전 이맘때 이성부(65) 시인과 북한산을 오른 적이 있다. 그의 시집 <야간산행> (1996)을 테마로 한 문학기행이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시 ‘봄’),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시 ‘벼’)고 했던 빼어난 서정의 민중시인 이성부가 산행을 시작한 계기는 ‘80년 광주’ 때문이었다. “날마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모든 언어와 문자, 시도 거짓말 같아 읽을 수가 없었다.” 산행은 그때 그에게 도피였다.

시를 쓸 수 없었던 시인이 자신의 육체를 학대하는 행위의 대상 이외에 산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 3~4년이 지나자 산이 그에게로 왔다. 산은 그에게 ‘육체를 가진 언어’를 되돌려줬다. <빈 산 뒤에 두고> (1989)와 <야간산행> 에 시린 시들은 그가 산에서 되찾은 언어다. 지금은 산악인들 사이에서도 ‘도사급’으로 불리는 그는 지리산만 100번 훨씬 넘게 올랐고,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우리 산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집 <지리산> (2001)과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2005) 두 권을 더 냈다.

<야간산행> 에 실린, 삼각산(북한산)의 봉우리 숨은벽을 노래한 그의 시. ‘내 젊은 방황을 추스려 시를 만들던/ 때와는 달리/ 키를 낮추고 옷자락 숨겨/ 스스로 외로움을 만든다/ 내 그림자 도려내어 인수봉 기슭에 주고/ 내 발자국 소리는 따로 모아 먼데 바위 뿌리로 삼으려니.’(‘숨은벽 1’).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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