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집트 외교관 출신으로 뉴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국제법 전문가다. 모교 교수로 있던 1984년부터 IAEA에서 근무하다 97년 사무총장 자리에 올라 4년 임기를 3차례 연임하고 있다. 2005년 3번째 연임 때는 미국의 강력한 견제를 어렵사리 제쳤다.
미국이 엘바라데이 축출을 꾀한 것은 2002년 이라크의 핵 보유 의혹을 조사하면서 미국 편을 들지 않은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2005년 IAEA와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 핵 문제 해결에 공정한 자세로 기여한 업적이 공인됐다.
■ 엘바라데이는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침공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제시한 핵 개발 증거를 선뜻 수용하지 않았다. 서방 정보기관이 입수했다는 니제르 산 우라늄 구매서류는 가짜로 보인다고 판정했다.
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에 쓰기 위해 알루미늄 관을 구입했다는 주장에도 고개를 내저었다. 실제 이 알루미늄 관은 이라크 점령 뒤에 81mm 로켓용으로 확인됐다. 그는 새롭게 제기된 이란 핵 개발 의혹에도 "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확실한 정보가 전혀 없다"며 미국과 맞서고 있다.
■ 그는 "근거 없이 이라크의 핵무기 보유를 의심, 무고한 민간인 7만 명을 희생시킨 교훈을 새겨야 한다"며, 이란 폭격 등을 주장하는 강경파를 '미치광이들'이라고 질타했다.
이런 인물이기에 28일 미 CNN 방송에 출연, 지난달 이스라엘의 시리아 '비밀 핵 시설' 폭격과 북한-시리아 핵 커넥션 의혹 등을 "IAEA를 통한 핵 문제 해결 시스템을 허무는 행위"라고 비난한 것이 설득력을 지닌다. 그의 말은 한 마디로 IAEA도 모르는 핵 의혹을 놓고 중구난방, 제멋대로 떠들지 말라는 이야기다.
■ 이스라엘 정부는 당초 시리아와 이라크 접경지역의 핵 시설로 의심되는 곳을 공중 정찰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스라엘 미국 영국 언론 등이 북한 지원으로 만든 핵 시설을 폭격했다고 보도, 국제적 논란을 불렀다. 하지만 그 뒤 이스라엘 정부는 물론이고 시리아도 침묵을 지켜 갖가지 엇갈리는 추측만 난무하는 형편이다.
최근에는 민간위성이 찍은 핵 시설 사진까지 언론에 공개됐으나, 애초 미국과 이스라엘이 북한 이란 시리아를 한데 묶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위장 폭격을 꾸몄다는 풀이까지 나오고 있다. 엘바라데이와 서방 언론, 어느 쪽을 믿어야 옳을까.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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