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뜸 저축률 하락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수치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1995년에 16%이던 저축률(개인순저축률)이 지난해 3.5%까지 떨어졌다지 않습니까. 정말 큰 일 입니다.”
30일 제44회 ‘저축의 날’에 ‘저축왕’으로 뽑혀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장충석(86)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 월급은 늘지 않고 교육비 등으로 지출이 늘어나 저축이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가 저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경남 진주에서 올해로 47년째 세무사 생활을 하고 있다. 평소 자가용 없이 50분 거리를 걸어서 출ㆍ퇴근 할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해온 그는 1991년 꼬박꼬박 저축해 모은 1억원을 출연해 자신의 호를 딴 ‘추담연구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지금까지 출연한 금액은 모두 5억원. 여기서 나오는 이자수익 등으로 교수와 학생 380여명에게 3억7,000만원 가량의 연구비와 장학금을 지급했다. “많이 버는 것보다 제대로 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믿음이었다.
봉사활동도 그의 생활 자체였다. 국제라이온스 진주클럽 창립멤버로 40여년간 봉사 활동을 해왔고, 틈 날 때 마다 불우한 소년ㆍ소녀 가장을 도왔다. 99년에는 자신의 시신과 장기를 경상대 의대에 기증하기로 서약했다.
한편 대통령 표창을 받은 김제동(34ㆍ방송인)씨는 “미래를 위해 하나씩 해 나가는 게 저축의 의미”라며 “돈이 흘러 온다고 해서 물길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파묻히면 빠져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를 많이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에 대해 “단위가 높은 돈을 낼 때는 반드시 술을 먹고 해당 기관에 전화해서 약속부터 한다”며 “그래야 나중에 어쩔 수 없이 내게 된다”고 말했다. 김제동은 “술을 깨고 난 뒤 후회한 적도 있지만 마음이 편한 적이 더 많았다”며 “돈을 더 많이 벌고, 또 많이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제44회 저축의 날 기념식을 열고 저축유공자 98명을 시상했다. 장씨 외에 국민포장은 이용권(47ㆍ자영업) 김종태(57ㆍ자영업) 노강석(53ㆍ기업은행 개인금융부장)씨 등 3명이 받았고, 대통령 표창은 우승택(48ㆍ삼성증권 호텔신라지점센터장)씨 등 6명, 국무총리 표창은 개그맨 박준형(35)씨 등 11명이 받았다. 이밖에 42명이 재경부 장관 표창을, 35명이 한국은행총재 표창을 받았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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