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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위주 사회에선 '메뚜기 대학생' 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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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위주 사회에선 '메뚜기 대학생' 도 계속

입력
2007.10.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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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무리 입시제도를 손질하고 기업들이 능력위주로 채용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외쳐도 편입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대학생들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듯 편입 시험에 몰두한다. 최근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 결과 구직자의 69.3%는 “취업을 위해 대학에 편입한 적이 있거나 편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편입이 ‘제2의 대학입시’로 전락했다는 푸념이 괜한 말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편입을 고려하는 이유에 있다. “더 좋은 학벌을 얻기 위해 연쇄 대이동을 감수하겠다”고 밝힌 이들이 절반(50%)에 달했다. 편입 열풍이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학벌 지상주의’풍토와 맞닿아 있다는 뜻이다. 적성(19%)과 학습환경(18%)은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다. 대학생들에게는 오로지 좋은 간판만이 성공을 보장하는 지름길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간판에 대한 끝없는 욕망은 ‘메뚜기 편입’도 불사하게 만든다. 편입 시험에 합격해 수도권 대학에 안착한 뒤에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명문대 타이틀을 손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사회적 인지도가 낮은 대학을 졸업할 경우 취업이 어렵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외면하기 어려운 탓이다.

그러나 반드시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편입에 목을 매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편입철이면 취업률이 낮은 학과의 경쟁률이 치솟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당장 먹고 살 걱정이 아니더라도 경직된 사회구조 속에서 일단은 학벌 갈아타기를 해야 신분 상승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변형된 입시 경쟁은 하위권 대학들에게는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 가뜩이나 정원 미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들은 간신히 뽑아놓은 학생들마저 속수무책 빼앗기고 있다.

전형료 장사로 쏠쏠한 수익을 올리는 수도권 대학들이야 내심 쾌재를 부르겠지만, 지방대들은 재정적 압박은 물론 급격한 가치 하락으로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재근 학벌없는사회 사무총장은 “학벌이 여전히 개인의 지위나 신분을 결정하는 절대적 요인이다 보니 대학생들이 편입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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