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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간판 따자" 대학 가서 또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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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간판 따자" 대학 가서 또 입시

입력
2007.10.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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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사립대 총장 부인의 ‘뒷돈 편입학’ 의혹 소식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지 않지만, 역시 ‘대입 수험생’이라고 할 수 있는 편입 준비생들이다. 편입시험이 불과 석 달도 남지 않은 30일 오후, 긴장감이 감도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편입학원 강의실의 뒷문을 슬며시 열고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여전한 편입 준비 열기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기출 단어, 또 뭐 있죠?”

시사영어 수업이 시작됐지만 점심을 먹은 지 얼마 안 된 탓인지 눈꺼풀이 슬슬 무거워진다. 그러나 한 교실에 가득한 100여명의 수강생들은 졸 겨를이 없다. 뚫어지게 칠판을 응시하며 가끔 필기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강사 얼굴과 칠판, 두꺼운 영어교재만이 눈길을 보내야 할 대상이다.

앞으로 ‘결전의 날’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남짓. 정신 바짝 차리라는 듯 ‘2008 편입,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적힌 포스터가 벽에 붙어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치르던 영어 모의고사도 일주일에 한 번으로 횟수가 늘었다. 편입생을 모집하는 주요 상위권 대학들이 전에 다니던 학교의 성적보다는 영어 필기시험 성적을 더 비중있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영어가 곧 편입 성공의 열쇠인 셈이다.

전국 190개가 넘는 대학이 편입생을 모집하지만 많은 수험생들의 목표는 수도권 소재 상위권 대학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대학을 한참 다녀야하거나, 졸업 후 또 다시 대학 들어갈 준비를 하려니 여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전문대 졸업 후 일반편입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 박모(23)씨의 일과는 오전 4시에 시작된다. 마을 버스를 타고 자습실에 도착해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오전 수업을 듣는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또 다시 그룹 스터디와 자습을 반복하다가 오후 10시는 돼야 비로소 집에 돌아간다. 박씨는 “고3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도 그냥 들어갔을 것”이라며 웃었다.

한해 준비 인원만 4만명

편입학원가에서 추산하고 있는 편입 준비 인원은 대략 4만명 정도다. 물론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인원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더 많다. 수도권에 있는 교대나 약대 등 인기학과는 해마다 수십 대 1 또는 수백 대 1 정도로 경쟁률이 뛰고 있다. 학사편입만 하더라도 2005학년도 평균 경쟁률이 4.57대 1에서 2006학년도엔 5.45대 1, 2007년엔 8.1대 1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 사립대는 정원 채우기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편입의 양극화가 뚜렷한 것이다.

해마다 적지 않은 인원이 편입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다양하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반드시 있다. ‘미래를 위해 또 다른 기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방 국립대 휴학생 박모(24)씨는 “더 나은 직장을 구하고 싶어 편입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근 지역대학의 통폐합 움직임으로 자칫 이름 없는 학교 출신이 되는 게 아닌가하는 불안감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런판에 편입학을 둘러싸고 종종 들려 오는 잡음엔 여간 신경이 쓰

이는 게 아니다. 김모(22^여)씨는“일부 대학의 전공^면접 시험은 평가 기준이 뭔지 애매하다”며“‘출신학교^연줄로 들어간다’는 얘기라도 들으면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박

원기기자 one@hk.co.kr김혜경인턴기자 (이화여대 국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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