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는 유가대책 마련에 돌입했으며, 그 동안 완강히 거부했던 유류세 인하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9일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이 지난 주말보다 배럴당 0.81달러 오른 83.41달러로 거래되며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2월 인도분 선물가격도 지난 주말보다 배럴당 1.67달러 뛴 93.53달러로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는 유로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가 최저치로 떨어지고,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가 멕시코만 폭풍으로 하루 60만 배럴의 원유 생산 중단을 발표하면서 요동을 쳤다.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국무회의에서“유가 인상이 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유류세 인하 검토도 시사했다. 권 부총리는 국무회의에 앞서“(국회가) 세입 관련 예산 부수 법안들을 처리할테니 국회 논의를 거쳐 (유류세 관련)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그 동안“국제적으로 유가가 올랐다고 세금을 깎아주는 사례는 없다”며 완강한 입장을 보여왔다. 산업자원부도 민간부문 승용차 요일제, 공공부문 승용차 2부제, 고효율 조명 대체 등 에너지 절약·효율화 대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유가가 얼마일 때를 위기상황으로 진단해 이 같은 대책을 시행할 것인지는 정부가 고심중이다. 정부와 석유공사가 작성하는 석유조기경보지수(EWS)는 5월 이후 지금까지 정상~심각의 5단계 중 4단계인‘경계’에 머물러있다. 조기경보지수는 유가 외에 환율, 석유 수요공급 등 여러 변수를 종합하기 때문에 유가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수급만 안정된다면 비상조치는 불필요하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심리적 저항선은 배럴당 100달러로 여겨지며 삼성경제연구소는 84.97달러가 1974년 1차 오일쇼크와 비슷한 충격을 주는 것으로 예측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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