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이 '글로벌 빅5'로 가기 위한 시동을 본격 걸고 있다. 고유가, 고원자재값, 원고 등의 악재 속에도 현대차는 세계 5대메이커로 부상하기위한 글로벌경영과 친환경차 개발 등에 승부를 걸고 있다. 현대차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전략과 과제를 상ㆍ하로 나눠 심층 분석한다.
"이젠 벤츠도 두렵지 않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 회장이 최근 현대차의 '디젤엔진 완전 독립'을 보고 받은 뒤 한 말이다.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디젤엔진 풀 라인업을 구축한 업체는 손으로 꼽을 정도인데다 독자 디젤엔진이 품질과 성능은 물론 친환경성, 경제성을 두루 갖춘 데 대해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메이커로 질주하고 있다. 현대차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된 데는 정몽구 회장의 글로벌 경영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정 회장은 1998년 현대ㆍ기아차 그룹 회장 취임 이후 현장 밀착경영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영체제를 구축해왔다. 정 회장의 글로벌 경영은 고유가, 원화 환율 하락 등 악재 속에서도 성장 동력을 잃지 않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현대차의 대내외 환경을 보면 녹록지 않다. 각종 악재로 넘실대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는 세계자동차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고유가에 따라 세계 자동차 시장은 유지비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가 불가피해지고, 이는 재고를 쌓이게 만드는 악재가 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달러화 약세도 자동차 산업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가격 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기준환율이 800원대 이하로 떨어지는 것도 각오하고 있다. 현대차 박동욱 이사는 "내년도 사업계획상 환율을 보면 달러당 900원, 유로당 1,170원으로 설정하는 등 환율변동에 따른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로 800원대도 고려하고 있다"며 전했다.
정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엔저, 고유가 등으로 글로벌 경영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으나 이를 체질 강화와 마케팅 능력 향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해외 시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정 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는 엔저, 고유가, 선진업체와의 기술경쟁, 중국의 추격 등으로 글로벌 경영이 분수령을 맞고 있다는 우려감이 자리잡고 있다.
정 회장은 이에 따라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 판매해야만 세계적인 브랜드로 남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는 것도 이 같은 전략에서 비롯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현지화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외 시장에 각각 252만대, 126만대를 판매했다. 이중 해외 판매는 194만대, 99만대로 전체 판매물량의 77.0%, 78.5%에 달했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각각 36.1%와 9.2%로, 60%를 훌쩍 넘어서는 GM, 혼다는 물론 50%에 육박한 도요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도요타 역시 80년대까지는 해외 생산 비율이 20%선에 그쳤지만, 엔고를 겪으면서 해외 생산공장을 늘리기 시작하며 글로벌 경영의 발판을 닦았다.
이런 이유로 해외 판매비중이 77%에 달하는 현대ㆍ기아차에게 글로벌 현지화 전략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현대차는 그 동안 양적 판매에서 최근 품질 경영으로 전환,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환율 등으로 기존 전략의 한계를 뼈저리게 깨달으면서 결국 체계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한 브랜드 전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현대차가 고급차 시장에서 최고의 품질 성과를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 제고에 나서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렉서스 RX350과 BMW X5를 겨냥해 야심차게 개발한 베라크루즈가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내년 출시 예정인 럭셔리 세단 BH(프로젝트명)는 현대ㆍ기아차의 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차의 세계 시장 성공 여부에 따라 현대차가 '글로벌 톱 5'로 올라설 수 있느냐, 아니면 주저 앉느냐가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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