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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비룡 'KS 여의주' 물고 '승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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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비룡 'KS 여의주' 물고 '승천'

입력
2007.10.3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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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재현(32)은 LG 시절이던 지난 2002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2승4패로 패한 후 뜨거운 눈물을 토해냈다.

고관절 괴사 부상으로 다리를 절뚝거리며 투혼을 발휘했지만 결국 6차전에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무릎을 꿇었다. 당시 성적은 10타수 2안타 2타점에 그쳤다. 98년에 이어 2번째 준우승.

서울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재현이 2004시즌 후 SK로 이적한 이유도 바로 고관절 부상 때문이었다. 구단은 당시 김재현에게 부상이 재발하면 선수 본인이 책임진다는 각서를 요구했지만 김재현은 이를 거부하고 SK와 4년간 20억7,000만원의 FA 계약을 했다.

팬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재현은 낯선 둥지로 옮겼지만 쉽사리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2002년 LG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감독은 올시즌 김재현을 2번이나 2군으로 내려보내는 시련을 안겼다. 주위에서는 “완전히 한물 갔다”는 비아냥이 들렸고, 김재현은 팬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러나 김재현은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땀은 결코 노력을 배신하지 않았다. 김재현이 그동안의 설움을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훌훌 털어내고 ‘가을 사나이’로 우뚝 섰다. 김재현은 29일 6차전에서도 2-1의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3회 솔로포를 터트리는 활약으로 승부의 흐름을 SK쪽으로 돌려 놓았다.

특히 SK가 2연패 후 3연승을 거두는 동안 김재현은 맹타를 휘두르며 해결사의 면모를 유감 없이 과시했다. 3차전 1회 결승 2루타, 4차전 연속타자 홈런, 5차전 결승 3루타가 모두 김재현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 MVP는 당연히 김재현의 몫이었다. 이번 시리즈 5경기에서 22타수 8안타(0.364) 2홈런 4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른 김재현은 총 유효 투표수 71표 중 65표를 획득, 상금 1,000만원과 320만원 상당의 40인치 LCD TV를 부상으로 받았다.

또 LG 신인 시절이던 지난 1994년 이후 13년 만에 우승의 감격을 맛본 김재현은 “우승이라는 간절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MVP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며 “선수 생명이 끊길 위기를 맞은 2002년 우승을 못했는데 오늘 내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재현에 앞서 0-1로 뒤진 3회 역전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린 톱타자 정근우는 6차전 MVP에 뽑혔다.

정규시즌 1위팀 SK는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김재현이 이끄는 타선의 집중력과 선발 채병용의 5와3분의2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5-2 역전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4승2패로 지난 2000년 창단 후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홈에서 우승 헹가래를 친 것은 2002년 삼성 이후 5년 만이다. SK는 한국프로야구 챔피언 트로피와 함께 11월8일부터 일본 도쿄 돔에서열리는 아시아 4개국 챔프 결정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진출티켓을 따냈다.

또 SK는 1982년 원년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초반 2연패의 불리함을 딛고 역전 우승을 차지하는 ‘가을의 전설’을 썼다.

2연패 후 4연승은 한국 프로야구보다 역사가 훨씬 오래된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각각 3차례와 2차례 밖에 나오지 않은 대위업이다. 84년 OB 지휘봉을 잡은 이후 올해로 16시즌째를 맞은 김성근 감독도 마침내 23년 만에 우승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초반 2연승을 달렸던 두산은 4연패 동안 SK의 철벽 마운드에 막혀 2연속 완봉패 포함, 3점 밖에 뽑지 못하는 빈공에 시달리며 다 잡았던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SK 불펜진은 이번 시리즈 6경기에서 16과3분의1이닝동안 단 1점 밖에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계투작전을 뽐냈다.

인천=이승택 기자 lst@hk.co.kr이상준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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