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설이 무성하다. 처음에는 주변 지지자들의 희망사항 성격이 짙었으나, 지지집회 등이 잇따르는데도 이 전 총재가 명백한 의사를 밝히지 않는 바람에 날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출마 저울질은 이른바 '보수 방위론' 때문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높은 지지율이 이대로 간다면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11월 위기설'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듯, 만에 하나 이 후보가 BBK 의혹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해 대선 승리가 어려워질 경우 자신이라도 보수세력의 구심점이 되어 현재의 집권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는 일만은 막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해 대선 승리 가능성이 멀어지더라도 완전한 '낙마'가 아닌 한, 경선 승복을 다짐한 박근혜 전 대표는 대안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을 법하다.
그러나 이런 '보수 방위론'의 전제나 인과관계 분석이 영 '대쪽' 소리를 듣던 이 총재답지 않다. '김대업 병풍 공작'의 직접 피해자로서 '11월 위기설'에 민감할 수밖에 없겠지만, 실체가 아직 불분명하고 '김대업 학습효과'를 감안하면 이 후보 지지율 급락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 지지자들은 '흠결'에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전 총재 스스로 겪었듯, 그 반작용까지 고려할 때 보수세력 결집이 대선 승리의 지름길일 수도 없고, 국민통합과 경제발전이라는 과제와도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 전 총재가 보내고 있는 신호야말로 이 후보 지지세력의 분산을 불러 '11월 위기설'의 토양이 되고 있다. 당장 이 후보 주변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점에서 이 전 총재의 '보수 방위론'은 두 차례의 대선 패배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서도, 아직 완전히 끊지 못한 정치적 미련과 욕구를 가리는 방패일 뿐이다.
우리사회는 각 분야의 많은 지도자를 '정치 무덤'에서 잃었다. 개인ㆍ사회적 손실을 되풀이 해선 안 된다. 이 전 총재가 급변하는 정치상황을 대쪽 같이 읽어내길 바라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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