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최초의 선출직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현 대통령의 부인이자 현직 상원의원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54)는 28일 실시된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임기 4년의 대통령에 당선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 당선자가 갖는 역사적ㆍ정치적 상징성은 대단하다. 19세기 초 아르헨티나에 공화정이 수립된 이후 최초의 선출직 여성 대통령인 데다 남편에게서 대통령직을 넘겨받은 첫 선출직 부부대통령의 탄생이라는 점 등 외형적인 기록만으로도 선거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가 여성 정치인의 표상으로 떠오른 힐러리 클린턴 미국 상원의원에 비견될 것인지, 아니면 1940년대 아르헨티나를 국가부도로 몰고 간 포퓰리즘의 상징 에바 페론의 전철을 밟을지를 놓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페르난데스 당선자가 갖는 정치적 상징성 때문이다.
페르난데스 당선자의 성공과 실패는 온전히 남편인 키르치네르 대통령에서 비롯된다.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집권 기간 중 연 8%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금융위기로 경제성장률이 –10%대를 기록했던 2002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페르난데스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현 정부의 성장 정책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바람이 투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남편의 후광을 톡톡히 본 것이다.
그러나 페르난데스의 대통령 당선이라는 정치적 영광은 여기까지이다. 그가 국정을 이끌 대통령으로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자신을 여기까지 인도한 남편의 그늘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키르치네르 정부의 고성장 이면에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뇌관이 도사리고 있다. 공식 발표된 아르헨티나의 올해 인플레는 7.5%이지만, 실제는 25%가 넘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통령 부인의 당선을 위해 정부가 인플레 수치를 조작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현 정부의 성장 일변도 경제 정책을 볼 때 인플레가 정부 발표치 이상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성장정책과 관련해 현 정부가 낳은 또 하나의 그늘은 에너지 위기이다. 산업생산성을 중시하다 보니 기반이 되는 에너지 부문의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수치상 성공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바꿔놓아야 하는 어려운 과업이 페르난데스 당선자 앞에 놓여 있다. 남편 덕분에 대통령이 됐지만, 이제부터는 남편을 부정하고 극복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페르난데스 당선자의 경제정책은 남편과 마찬가지로 친기업적이다. 좌파 민족주의에 포퓰리즘적 성향도 보이지만, 경제만큼은 통상과 무역을 우선하는 시장경제를 계속 표방할 것으로 보인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