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정국에 미묘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드러난 판세는 여전히 이 후보의 독주이다. 이 후보는 5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 2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신당이 국정감사를 통해 BBK사건 등 이 후보의 아킬레스 건을 찾아 전방위 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이 후보의 지지율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경제성장’이라는 두터운 외투를 어떤 네거티브도 뚫지 못했던 한나라당 경선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양상이다. 반면 정후보는 사력을 다하고는 있지만 15일 후보 지명대회 직후 나타난 ‘경선효과’를 대세 상승의 동력으로 삼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 20%의 벽을 넘는데 힘겨워 하는 기색이다.
지난 대선에서 여권이 내세웠던 행정도시 공약이나 이 후보의 대운하 공약과 같은 대표 공약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그러나 50일간의 남은 기간 동안 이 구도가 그대로 가리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벌써 대선 구도를 출렁이게 할 변수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전 총재가 실제 출마할 경우엔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보수층의 표가 분산되며 이 후보 독주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역대 대선에서 나타났던 ‘영남 분열’의 악몽이 되살아 나는 것이다.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29일 “지금까지 이 후보의 독주는 ‘잃어버린 10년’을 주장하며 이에 동조하는 보수,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만약 이 전 총재가 여기에 끼어 든다면 균열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 컨설팅 박성민 대표는 “오히려 위기감 때문에 이 후보 표가 더 결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도 유효하다. 특히 BBK 의혹 관련, 11월께로 예상되는 김경준씨의 귀국이 주요변수다.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김씨의 입에서 어떤 말이 튀어나올지 주목된다.
특히 검찰의 칼이 어디로 어떻게 향할 지도 변수이다. 한나라당 경선 직전 “도곡동 땅 중 이상은씨 지분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는 검찰의 애매모호한 수사결과 발표는 이 후보를 최대위기에 빠뜨렸다. BBK사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김경준씨 귀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혹여 검찰에 의해 이 후보 주장이 거짓이라는 점이 일부 드러난다면 선거 막판 치명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도 주요 변수다. 신당 정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등 3인간 후보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범여권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1대1 구도를 만들어 일방적 약세 국면을 탈피해 한판 붙어볼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단일화가 지지층 결집을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현재로선 단일화 성사여부 자체가 험난하다. 각자의 셈법이 다른데다 내년 총선 변수까지 끼어 있어 각 정파가 단일화를 쉽게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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