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은 인간승리의 드라마로 완성됐다.
통산 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25명의 빨간양말 전사 모두가 영웅이었지만 암을 극복한 두 스타의 휴먼 스토리는 더욱 감동적이었다.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이크 로웰(33)과 4차전 선발승을 거둔 좌완 존 레스터(23)는 투병 끝에 기적적으로 병마를 이겨낸 인간승리의 주인공들이다.
지난 1995년 드래프트에서 명문 뉴욕 양키스로부터 낙점을 받은 로웰은 99시즌에 앞서 플로리다로 트레이드된 후 정기 신체검사에서 고환암 진단을 받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두려웠던 시기”라고 말할 만큼 힘든 나날을 보냈던 그는 다행히 방사선 치료를 통해 암은 치료됐다. 몇 년 후에는 주치의가 엉덩이 쪽에 암이 재발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내렸지만 이번에는 ‘오진’으로 판명이 났다.
고환암을 극복한 로웰은 2003년 32홈런에 100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약체 말린스를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끄는 활약을 펼쳤다. 그 공로를 인정 받아 팀과는 4년간 3,200만달러의 빅딜도 성사시켰다.
그러나 2005시즌 2할3푼6리 58타점으로 부진하자 플로리다는 ‘눈엣가시’ 같던 로웰을 에이스 조시 베켓과 패키지로 묶어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해버렸다. 하지만 올시즌 3할2푼4리에 팀내 최다인 120타점을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한 로웰은 콜로라도와의 월드시리즈에서도 15타수 6안타(0.400) 1홈런 4타점 6득점의 맹활약으로 생애 첫 MVP의 영광을 안았다.
로웰은 “정말 구름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믿을 수 없다”며 “2003년 때는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우승을 일궈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우승할 것이라고 기대한 가운데 기적을 만들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4연승의 피날레를 장식한 선발 투수 존 레스터는 1년 전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혈액암의 일종인 임파종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레스터는 결국 팀을 떠나 1년간 화학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다행히 빠른 회복세를 보여 암에서 완치돼 팀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빅리그 2년차에 불과한 레스터는 당초 월드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러나 ‘너클볼의 마술사’ 팀 웨이크필드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어깨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4차전 선발 등판의 행운을 잡았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호투(5와3분의2이닝 3피안타 무실점)로 4연승의 대미를 장식했다.
동병상련을 겪었기 때문에 레스터에 대한 로웰의 애정은 각별하다. 로웰은 “내가 그를 응원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는 암을 이겨냈고 오늘밤 대단한 일을 해냈다. 정말 기쁘다”고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레스터도 대선배의 격려에 대해 “누군가 암에 걸렸을 때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를 해주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러나 로웰은 나를 위해 기도를 해줬고 끊임없이 힘을 북돋아줬다”고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보스턴은 29일(한국시간) 적지인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레스터와 로웰의 맹활약에 힘입어 4-3 신승을 거두고 파죽의 4연승으로 통산 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보스턴은 2004년 4연승 우승 이후 3년 만에 다시 챔피언자리에 오르며 새로운 밀레니엄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고,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월드시리즈 8연승을 달성한 첫 감독으로 기록됐다. 또 4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승리를 거두며 4연승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27년 뉴욕 양키스 이후 80년 만의 대기록이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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