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자인 TU미디어의 서영길(62) 사장은 10월의 마지막 주말을 설악산에서 보냈다. 난관에 봉착한 위성DMB 사업의 해결점을 찾고자, 홀로 배낭을 메고 대청봉까지 올랐다.
산을 오르는 동안 까맣게 타들어갔던 속을 정상에서 훌훌 털어냈다. "내년에는 사업이 잘 되겠지. 아니, 반드시 잘 돼야지." 그는 산을 내려오면서 주문처럼 몇 번이고 되뇌었다.
29일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서 사장은 "요즘 속이 말이 아니다"고 운을 뗐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뉴미디어 산업 진흥을 위해 2005년 허가해 준 위성DMB 사업이 정체에 빠졌기 때문. 가입자도 지난해 102만명에서 올해 124만명으로 22만명 정도 늘어나는데 그쳤다. 당초 목표치인 170만명에 훨씬 못미쳤다.
올해는 '지상파 방송 재전송 불가'라는 오래된 악재 외에 휴대폰 영상통화라는 장애물이 또 하나 나타났다. 그는 "초창기 서비스 확대를 위해 공짜로 제공하다시피 한 영상통화 휴대폰이 위성DMB를 강타한 직격탄이었다"며 "위성DMB폰이 여전히 50만원대이다보니 젊은층들이 저가 영상통화폰으로 몰렸다"고 아쉬워했다.
지상파 재전송 불가 문제는 올해도 풀지 못한 숙제가 됐다. 그런 점에서 서 사장은 정부가 야속하다. 그는 "정부에 의존해 사업할 생각은 없지만 최소한 정부가 공정경쟁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방송위원회에서 지상파 재전송은 사업자기리 자율 합의하라고 해서 MBC와 어렵게 합의했는데도 불구하고 방송위가 승인을 해주지 않아 4개월째 채널 11번이 MBC 방송을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방송위의 반대 사유는 ▦지상파 재전송 반대자들을 설득해 동의를 받아오라는 것과 ▦지상파 및 위성DMB의 종합 육성정책을 먼저 검토하겠다는 것.
서 사장은 "왜 공공재인 지상파 방송을 많은 사람들의 복리를 위해 재전송하는 것이 방송위 승인 사항인 지 이해할 수 없다"며 "헌법 소원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서 사장은 방송통신융합의 필요성을 절실히 주장한다. 그는 "TU미디어를 보면 방송과 통신이 통합돼야 하는 이유를 명백히 알 수 있다"며 "정보통신부, 방송위 등 양 쪽에서 이중규제를 받다 보니 제대로 사업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부처 통합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장기적인 미래에 대해서는 기대를 걸고 있다. 서 사장은 "앞으로 모든 휴대폰에 DMB기능이 기본 장착돼 4,000만 휴대폰 인구 중 절반 이상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때를 대비해 채널도 늘리고 콘텐츠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다음달 중에 인터넷과 DMB를 연동한 새로운 시도인 '채널 엔돌핀' 방송도 시작할 계획이다.
서 사장에게는 별다른 경영철학이 없다. 그는 경영철학을 묻는 질문에 "TU미디어가 잘 되고 많은 사람들이 위성DMB를 쓰게 만드는 것"이라며 사업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그는 "앞으로 5년내 휴대기기를 이용한 방송은 전세계 추세가 될 것"이라며 "해외에서 TU미디어 사업에 관심을 많이 갖는 만큼 관련 업체들이 해외에서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서영길 사장은?
1962년에 국립체신고를 나와 부산지역 우체국에서 말단 공무원으로 우표 판매를 했다. 주경야독으로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뉴저지주립대 대학원과 고려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받았고 청와대 경제비서실 행정관, 정보통신부 공보관과 우정국장 등을 거치며 98년에 공직을 그만둘 때까지 30년 동안 입지전적인 성공 사례가 됐다. 이후 2001년 SK C&C 부사장, 2003년 SK텔레콤 부사장을 거쳐 2004년부터 TU미디어 대표를 맡고 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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