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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8일 무삭제 개봉… '색, 계'는 어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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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8일 무삭제 개봉… '색, 계'는 어떤 영화

입력
2007.10.3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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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인 1938년 홍콩. 우연히 연극에 출연하게 된, 중국 본토에서 와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왕치아즈(탕웨이)는 그 일을 계기로 연기 열정을 가지게 됨은 물론 항일투쟁에까지 적극 참여하게 된다.

자신을 좋아하는 열혈청년 광위민(왕리홍)의 권유로 신분을 수입업자인 막 부인으로 위장한 그녀는 암살을 위해 매국노 핵심인물인 정보부대장 이(량차오웨이)에게 접근하는데 성공한다.

둘 사이에 유혹(色)과 경계(戒)는 시작되고, 치명적이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관계는 4년의 세월을 지나 상하이에서 다시 이어지면서 그녀를 잔인한 운명으로 몰아간다.

리안 감독의 <색, 계> 는 소용돌이의 역사 속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두려움’에 관한 영화다. 그 두려움은 자신이 선의 편에 섰든, 악의 편에 섰든 상관이 없다.

그 시대 국가의 운명을 말하는 자들의 눈에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왕치아즈는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까 두렵고, ‘적을 사랑하는 스파이’가 될까 두렵다. 이 역시 자신이 선택한 길(매국과 출세)에 대한 세상의 적의가 두려워 늘 경계하고, 한 여인으로 인해 그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

두려움은 인간의 영혼을 불안하고 고통스럽게 한다. 그 불안과 고통을 잠시나마 떨쳐버리기 위해 잔인해진다. 순간순간 광기에 집착한다.

이가 보여준 동포에 대한 잔혹성이 그렇고, 장면이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그래서 중국에서는 30분이나 삭제된 폭력적이고 격정적인 섹스가 그렇고, 몸과 마음이 반응하는 대로 그 격정에 솔직히 자신을 맡겨버리는 왕치아즈가 그렇다.

일본군 장교들도 마찬가지다. 호시절이 가버리고 있다는 불안감을 그들은 요정에서 게이샤의 노래를 들으며 미친듯이 술에 취해버리는 것으로 떨쳐버리려 한다.

영화는 욕망(색)이 계를 무너뜨리고, 왕치아즈로 하여금 덫에 걸려들어 본래의 목적을 잊게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욕망조차 일종의 두려움을 망각하려는 몸부림이다.

그 속에서 남자도 여자도 두려움와 증오를 씻고, 사랑이란 감정으로 조금씩 나아간다. 그 과정을 당시 시대와 세태풍경을 곁들이며 자극과 긴장의 연속으로 끌어가는 감독의 연출력과 두 배우의 뛰어난 심리묘사로 보여주기에 <색, 계> 는 다소 진부한 소재, 2시간37분이란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마음과 시선을 붙잡는다.

여기에는 왕치아즈와 동시대와 공간에서 살았던, 탁월한 중국여성 소설가 장아이링(1920~1995)의 원작이 있었다.

중국근대문학에서 “루신 이후에는 장아이링”이란 평가를 얻은 그녀가 응시한 것은 역사와 관습과 남성 사이에서 비극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중국 여인들이다. <색, 계> 에서 그 여인은 왕치아즈이고, 선택은 비록 시작은 불순했지만 한 남자, 그것도 죽여야 할 적에 대한 사랑이었다. 장아이링의 여자들은 그렇다.

설령 그것이 두렵고, 마지막에는 자신을 파괴(죽음)하더라도. 또 다른 사람들의 작품에서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그럴지는 몰라도. 2007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8일 개봉.18세 관람가.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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