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가 인천국제공항의 관제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설계를 잘못해 주 시스템의 작동이 멈출 경우 예비 시스템도 함께 작동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비상 상황에서 관제탑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대형 항공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감사원이 29일 발표한 ‘동북아 허브지원 기반시설 추진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항공사는 4억여원을 들여 예비용 서울 접근 관제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왕산 신불 등에 설치된 레이더가 보내주는 자료를 직접 수신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주 시스템을 경유해 받도록 설계했다.
이에 따라 전산장애 화재 테러 지진 등으로 인해 주 시스템이 고장 날 경우 예비 시스템까지 먹통이 돼버리는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부산지방항공청도 전국에 설치된 8개의 레이더 자료를 받아야 하지만 4개의 자료만 받도록 설계돼 레이더 4개 중 1개만 고장 나도 항공기 탐지가 안 되는 영역이 생기게 됐다.
또 감사원은 정부가 총 40조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 중인 인천공항 2단계 확충사업 및 인천대교ㆍ공항철도 사업에서 일부 설계 및 시공상의 결함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과 송도신도시를 연결하는 인천대교의 경우 한국도로공사가 인천대교 연결도로상 해상교각 79개의 철근 피복 두께를 설계하면서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 지역 설계 시 간만대 기준으로 표면염화물량(콘크리트 표면 소금의 양) 20㎏/㎥을 적용해 내구성을 검토해야 함에도 우리나라 해안 전역의 물보라 지역을 기준으로 표면염화물량 13㎏/㎥을 적용한 건설교통부의 `콘크리트 표준시방서'에 따라 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철근 피복 두께가 9.5~14㎜가 부족해 연결도로 교각의 내구수명이 인천대교 민간투자사업구간의 내구수명(100년)보다 20년 정도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건교부에는 표준시방서의 개정을, 도로공사에는 내구성의 재검토 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했다.
이밖에 인천공항철도 마곡대교의 구조물 용접부에서 기공 및 일부 균열이 발견됐고, 공항철도 영종대교 구간의 경우 강풍이 불 때 자동으로 열차를 감속ㆍ정지 시키는 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열차 탈선의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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