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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발레 거장 보리스 에이프만, 국립발레단과 '뮤자게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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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발레 거장 보리스 에이프만, 국립발레단과 '뮤자게트' 공연

입력
2007.10.3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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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출신의 세계적 발레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62)의 <뮤자게트> 에서는 연습용 바(Bar)가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한다. 26일 국립발레단 연습실. 바 위에서 연기를 펼치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장운규에게 에이프만은 “기도하는 느낌으로”라고 주문했다. <뮤자게트> 는 2004년 안무가 조지 발란신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작품이다.

“바는 연습실의 상징입니다. 안무가가 살고, 사랑하고, 창조하고, 죽는 공간이 바로 연습실이거든요. 발란신은 비극적 사랑을 겪은 후에도 연습실로 돌아갔고, 그 아픔을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시켰어요. 이 작품을 통해 그런 안무가의 숙명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발란신 뿐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작품이기도 한 거죠.”

<뮤자게트> 의 아시아 초연(31일~11월 3일 예술의전당)을 앞두고 내한한 에이프만은 오늘날 가장 성공한 러시아 안무가이자 현대 발레의 거장이다.

러시아 국민 예술가 칭호를 받았고, 최고 권위의 예술상인 골든마스크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13세에 안무를 시작한 그는 1977년부터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을 이끌면서 연극성을 강화한 독특한 스타일로 세계 무용계를 사로잡았고, 수차례 내한공연을 통해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갖고 있다.

국립발레단이 에이프만의 작품을 공연하는 것은 92년 <레퀴엠> 과 <브라보 피가로> 이후 15년 만의 일. “당시에도 솔리스트들의 기량은 좋았지만, 군무 수준은 그렇지 못했다.

인원이 부족해 대학생들을 동원했다”고 15년 전을 회상한 에이프만은 “<뮤자게트> 가 상당히 어려운 작품이라 걱정을 했는데 리허설을 해보니 수준과 열정이 대단하다. 우리 발레단에 데려가고 싶은 무용수가 있을 정도”라며 웃었다.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에는 이미 한국 발레리나 최리나가 입단해 활동하고 있다. 15년 전 공연 때 주역을 맡았던 최태지 정동극장장의 딸이다. 에이프만은 “둘은 외모도 성격도 다르지만, 재능이 많다는 공통점을 지녔다”면서 “178㎝의 장신인 최리나는 우리 발레단에 아주 잘 맞는 무용수”라고 말했다.

그의 발레단은 평균 키가 크기로 유명하다. 에이프만은 “발레는 라인의 예술이기 때문에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긴 라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키 큰 무용수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에이프만은 국립발레단을 위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은 상태. 그는 “최근 두 달간 각기 다른 나라에서 세 작품을 초연했을 만큼 바쁘지만 국립발레단과 작업하는 게 재미있고, 국립발레단의 성장을 위해서는 시간을 낼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으로 기대를 부풀렸다.

그의 작품 중에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백치> <차이코프스키> 등 문학 작품이나 예술가의 삶을 춤으로 옮긴 것들이 많다. 요즘 그의 관심사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다.

그는 “발레는 무의식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고, 또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장르라고 본다”며 한국 사람들이 프로이트를 많이 알고 있는지, 또 정신분석학을 소재로 한 영화나 문학 작품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창작을 쉬지 않고 있는 에이프만은 “창작은 고통스럽지만 다른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어쩌다 하루 쉬는 날엔 너무 불행하다”며 열정을 보였다.

글=김지원기자 eddie@hk.co.kr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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