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햄릿(뮤지컬 <햄릿> ), 후기 르네상스의 모습을 무대 가득 펼쳐 보인 떠들썩한 희극(영국 글로브 극장 <사랑의 헛수고> ) 등에 이어 올 가을 셰익스피어 열풍을 이어갈 또 하나의 명작이 한국 관객을 찾는다. 러시아 연극 축제인 체홉 페스티벌 제작으로, 영국 출신의 세계적 연출가 데클란 도넬란이 이끄는 <십이야> 가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십이야> 사랑의> 햄릿>
현대적 배경의 뮤지컬(<올슉업> ), 영화( <쉬즈 더 맨> ) 등에도 차용되곤 하는 <십이야> 는 셰익스피어 희극의 정수를 담은 것으로 평가 받는 작품. 오시노 공작을 사랑하는 남장 여인 바이올라와 그가 여자인 줄 모르고 구애하는 올리비아, 그리고 올리비아에게 바이올라를 사랑의 전령사로 보내는 오시노 공작. 이들 사이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십이야> 쉬즈> 올슉업>
이미 수없이 많이 접한 희곡이지만 이번 공연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탁월한 연출 때문이다. 데클란 도넬란은 평생 연극 동지이자 <십이야> 의 무대디자인 담당이기도 한 닉 오머로드와 함께 1981년 극단 칙 바이 자울(Cheek by jowl)을 창단, 영국 연극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십이야>
체홉 페스티벌은 네 번의 로렌스 올리비에상, 비러시아인 최초의 황금마스크상에 빛나는 이 연출가에게 <보리스 고두노프> (2000)에 이어 두 번째로 연출을 의뢰했다. 보리스>
전 출연진을 남성 배우로 기용한 <십이야> 는 2003년 모스크바 초연 이후 뉴욕 브루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BAM)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과 런던 바비칸 센터 등 유명 공연장의 초청을 받았으며 올해 미국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에서 연출상을 수상했다. 십이야>
이 작품이 영어가 아닌 러시아어로 상연되면서도 영미권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06년 <십이야> 의 뉴욕 공연 이후 뉴욕타임즈는 “셰익스피어의 모국어는 영어가 아닌 연극”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도넬란을 설명할 때 “언어는 좋은 연극을 만드는 데 작은 부분일 뿐이며 연극은 진정한 인간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인터뷰 답변이 자주 인용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십이야>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단언하는 도넬란은 배우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모든 과정을 맞추어 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남자 배우가 연기하는 남장 여자 바이올라 등 러시아의 연극, TV, 영화 등을 종횡무진하는 스타급 배우들이 선보이는 위트 넘치는 연기는 이 공연의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극을 풍성하게 하는 보사노바 음악도 재미를 더한다. (02)2005-0114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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