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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김대중사건과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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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김대중사건과 한일관계

입력
2007.10.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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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과 80년대 일본 사람들은 한국하면 김대중 사건을 떠올릴 정도로 이 사건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한일 양국관계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최근 한 저명한 일본 학자가 “김대중 사건의 그 한국이 오늘날 일본에서 한류의 한국으로 거듭난 것은 정말로 놀라운 변화”라고 감탄하는 것을 듣고 묘한 기분이 든 적이 있다. 김대중 사건이 ‘국정원 과거사건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해 34년 만에 표면에 부상해 또다시 양국관계에 영향을 주려 하고 있다.

■ 공동책임론에 반발하는 일본

우여곡절을 겪은 위원회의 보고서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마디로 화가 났다. 보고서에 ▦ 일본이 실질적으로 한국의 수사 종결에 협력했기 때문에 양국정부가 사건 은폐에 관여한 잘못을 했다거나 ▦일본 정부는 외교적 해결에 협력해 사건발생 초기 진상을 규명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공권력이 일본 땅에서 저지른 명백한 주권침해에 대해 즉각적이고도 확실한 사과도 없이 오히려 공동책임론으로 잘못을 일본측에 뒤집어 씌우려 한다고 분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ㆍ여당내의 강경파는 지금이라도 김대중 사건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는 등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매우 애매했다. 민관합동이라는 위원회의 성격 상 보고서를 정부의 입장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여부도 분명치 않아서 헷갈렸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주말 유감표명 형식의 사과와 일본의 수사재개 불가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었지만 불편해 하는 일본측의 미묘한 신경전 때문에 연기된 상황이다.

아시아를 중시하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번 보고서로 양국관계가 크게 흔들릴 개연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양국 정부의 사소한 감정 대립이 자칫 불씨를 크게 키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대중 사건에 대한 위원회의 검증은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한국이지만 최근에 벌어진 어두운 사건들을 나름대로의 역량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는 자부심도 느끼게 된다. 많은 일본 지식인들은 그러한 한국의 역동적인 모습에 대해 신선한 충격과 부러움마저 느끼고 있다고 털어 놓는다.

아쉬운 점도 있다. 한일관계와 관련해서 보면 이웃 나라에 대한 배려가 조금 부족했다는 점을 들고 싶다. “우리는 조사할 뿐이지 일본 정부가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고려할 이유가 없다”는 한 위원의 말에서 시시비비를 정확하게 가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읽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말 한 마디라도 이웃 국가를 배려하는 성의를 보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근거는 많다. 김대중 사건은 한국 정보기관이 저지른 중대한 주권침해 사건이라는 점, 보고서가 비판한 일본정부의 정치적 결단도 주체는 한국 정부쪽이라는 점 등 사건의 정황들이 그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원회의 명칭이 함축하고 있듯이 이번 보고서의 의미는 갈등의 재현보다는 미래의 발전에 있다는 점이다.

■ 미래지향의 계기로 만들기를

한국 정부는 주 초에 일본측에 사과를 표명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늦었지만 성의껏 사과하기 바란다. 누가 아는가. 그것이 감동과 신뢰를 숙성시켜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김대중 사건이 일본사람들의 마음 속에 새로운 이미지로 자리잡기 바란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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