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강도가 문제일 뿐이다. 과거에 비해 고유가 체제를 견딜 수 있는 체질 개선이 이뤄졌다지만, 그렇다고 충격 자체가 없을 리 없다.
환율이든, 금리든, 유가든 ‘과속’은 부작용을 낳는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기름값이 급격히 상승한다는 것은 어쨌든 순항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최대 걸림돌임에 틀림없다.
과잉 유동성에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었던 동력 중 하나는 ‘낮은 인플레이션’이었다. 그간 소비자물가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를 밑도는 2%대 초반의 낮은 상승률을 유지해왔다. 만약 풀린 돈 만큼 물가마저 불안했다면 한국은행은 보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을 것이고, 그랬다면 증시 2,000시대 개막이나 성장률 5%대 회복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들린다. 인플레이션 선행지표인 원재료 가격은 9월 한달간 5.7% 치솟았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국제유가가 90달러 대에서 지속되면 소비자물가가 0.45%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7%포인트 오른다는 분석(삼성경제연구소)도 있다.
이 추세라면 내년에 물가상승률이 3%대에 진입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물가상승은 소비자 실질소득감소→소비위축→경기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의 성장력도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각종 연구소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5.0~5.1%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에 진입하게 되는 경우 전망 수정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90달러대 유가가 지속되면 성장률이 0.4~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가가 10% 오를 때 성장률이 0.2%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유가 100달러 시대에 접어든다면 내년 성장률 4%대도 자신할 수 없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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