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 캐롤리드스 등 / 예담책에 대한 탄압의 역사…인류문화사가 된 목록
1992년 10월 29일 소설 <즐거운 사라> 를 쓴 마광수(56) 연세대 교수가 음란문서 제조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그 해 12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1995년 6월 대법원 상고가 기각돼 유죄가 확정됐다. 즐거운>
대법원은 "미대생인 여주인공 사라가 성에 대한 학습요구의 실천이라 는 이름 아래 벌이는 자유분방하고 괴벽스러운 섹스행각 묘사가 대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데... 그 성애의 장면도 자학적인 자위행위에서부터 동성연애 그룹섹스 구강성교 항문성교 카섹스 비디오섹스 등 아주 다양하며, 그 묘사방법도 매우 적나라하고 장황하게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또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작가가 주장하는 성 논의의 해방과 인간의 자아 확립이라는 전체적인 주제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음란한 문서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상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요즘 우리 사회의 성 현실, 성 담론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즐거운 사라> 를 시작으로 1990년대 이후 장정일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 , 이현세의 만화 <천국의 신화> 등이 잇달아 법정에 섰다. 천국의> 내게> 즐거운>
그 전에 정비석의 <자유부인> 이나 염재만의 <반노> 등 성과 관련된 금서(禁書) 사건들이 있기는 했지만, 문민정부 출범 이후의 일이었다는 점에서 <즐거운 사라> 사건은 그 가치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남정현의 <분지> 나 김지하의 <오적> ,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 주로 이념적, 정치적 이유로 사회문제가 됐던 한국에서의 금서의 역사를 새롭게 쓰게 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태백산맥> 오적> 분지> 즐거운> 반노> 자유부인>
금서 목록을 들여다보는 일은 흥미롭다. 기성의 질서와 체제에 대한 도전 혹은 도발의 목록이란 점에서 그것은 곧 인간의 정신사이기 때문이다. <100권의 금서>는 서구 역사에서 금서로 탄압받았던 100권의 책에 관한 책이다.
저자들은 검열이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되풀이되고 있다며 정치적, 종교적, 성적, 사회적 탄압 4가지를 기준으로 100권의 책을 꼽고 있다. 각각의 목록은 <군주론> <성서> <카마수트라> <캔터베리 이야기> 로 시작하는데, 죽 훑어만봐도 지금은 고전 혹은 각 분야의 필독 문건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들이다. 캔터베리> 카마수트라> 성서> 군주론>
하종오 기자 jo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