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이 많으면 좋구만요. 그러면 김형태 동무가 일등입네까.”
28일 북한 금강산 아난티골프&온천리조트(파72·7,630야드)에서 열린 SBS코리안투어 금강산 아난티 NH농협오픈골프 최종 4라운드 도중 스코어보드 앞에서 만난 북한 안내원의 말이다.
공사중인 클럽하우스 앞에 마련된 선수들의 성적을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리더보드판 앞에서 만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의 리영천 김광일 북측 안내원은 “이 숫자들이 무슨 뜻이냐”고 궁금증을 표시했다.
빨강색은 버디, 파랑색은 파, 초록색은 보기로 표시된 숫자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파를 기준으로 친 숫자를 뜻한다고 하자 “파는 뭡네까”라고 되물었다.
또 스코어판에 표시된 빨강색이 기준타수보다 1타 적은 버디라고 설명하자 “그럼 붉은 색깔이 많아야 좋은 거고 김형태 동무가 일등을 달리고 있구만요”라며 금방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 보기, 홀인원, 캐디, 갤러리 등의 골프 용어를 가르쳐 주자 수첩에 적는 열의까지 보였다. 홀인원에 대해서는 “그건 평생동안 한 번도 못하겠구만요”라고 말하기도.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던 이들은 “캐디도 선수들하고 똑같이 다녀야 합네까. 골프대회는 꼭 나흘씩 해야 되느냐” 등 골프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고, 한 선수의 볼이 그린에서 보이지 않자 “왜 골프 알이 두 개밖에 없냐”며 ‘골프 볼’을 ‘골프 알’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숱한 화제 속에 금강산에서 처음 열린 역사적인 골프대회의 주인공은 ‘애처가’ 김형태(30)였다. 김형태는 대회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 방두환(4언더파)을 2타차로 따돌린 김형태는 이로써 금강산골프대회 첫 챔피언에 등극하는 영광을 누렸다.
금강산=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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