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 대기획의 세 번째 ‘세계화와 대외개방’ 토론에서는 이 주제의 최대 현안인 한미 FTA가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중도보수 학자인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은 한미 FTA를 적극 지지했지만 국회 비준의 지연 가능성 때문에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현실적 지적을 했고, 중도진보의 한림국제대학원대 최태욱 교수는 ‘감당할 수 없는 부작용’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윤 의원은 “한미 FTA가 국내외적 상황 때문에 2009년에야 발효될 수 있어 그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정부가 9월7일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12월 대선 때문에 정기국회 처리가 녹록지 않고 내년 2월 국회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이월될 수 있으며, 내년 5월 18대 국회는 원구성 문제로 시간을 보내게 되면 내년 정기국회에서나 진지한 검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도 내년 3월부터 오픈 프라이머리가 시작되고 내년 11월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2009년에나 비준이 이루어질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경쟁력 차이는 심대하기 때문에 한미 FTA는 다른 나라에 이어 막판에 했어야 했다”면서 “굳이 한다면 낮은 수준의 맞춤형, 즉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세계화와 개방의 대세를 인정하면서도 “FTA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닌데 구체적 실익이 없이 무리하게 추진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국회 비준을 거부하든지, 아니면 멕시코처럼 다음 정권에서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윤 의원의 현실론이든, 최 교수의 당위론이든 한미 FTA는 자칫 돌파구가 아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엄존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2년 후에나 비준을 하게 된다면 우리 국회가 서둘러 비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고 후유증에 대비하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비준 시기 협의, 공론화를 통한 분야별 대책마련 등 정교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이영성 기자 leeys@hk.co.kr
■ 윤건영 vs 최태욱
시대정신 대기획의 세 번째 토론은 윤건영 의원과 최태욱 교수가 "공감한다" "동의한다"는 화답을 주고받으며 부드럽게 논리를 전개, 대학 세미나를 연상시켰다. 토론 당시엔 대척점이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으나 막상 내용을 정리해보니 원론에서만 그랬을 뿐 한미FTA 체결 등 현안에서는 한강을 사이에 둔 것처럼 큰 차이가 있었다.
_세계화가 시대적 화두입니다. 우선 세계화가 무엇인지부터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태욱 교수= 세계화는 일차적으로 경제의 세계화가 핵심입니다. 세계시장의 단일화, 글로벌 경제통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거버넌스 문제가 발생합니다. 인류사적 측면에서 보면 세계화는 대세입니다. 경제통합으로 인해 생산성과 효율성의 증대, 복지의 확대, 세계 평화에의 기여 등 순기능이 분명 존재합니다.
윤건영 의원= 공감합니다. 세계화는 현 시대의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기원전 촌락끼리의 교류, 중국 한(漢)나라 때의 서역 개척, 신대륙 발견 등 새로운 영역이 열리는 건 오래 전부터 진행돼온 일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얘기하는 건 70년대의 데탕트, 80~90년대의 냉전 종식과 사회주의경제의 시장경제 전환입니다. 세계 경제가 급속히 하나로 통합되는 국제 질서의 변화입니다. 특히 90년대 중반 이후엔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이슈가 등장한 것입니다. 개별 국가가 이 추세를 거스르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유리하지도 않습니다.
_세계화라고 하면 대부분 무한경쟁을 전제로 하는 신자유주의를 떠올립니다.
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구분해야 합니다. 신자유주의는 세계화를 주도하는 여러 흐름 중 하나일 뿐입니다. 우리 사회는 80년대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흐름에 편입돼 세계화를 얘기하면 곧바로 신자유주의를 떠올리는 겁니다.
1차 세계화는 19세기 영국이 주도했습니다. 1, 2차 세계대전 때 세계화 흐름이 중단됐다가 전후 브레튼우드 체제를 통해 다자주의가 등장했습니다. 당시엔 신자유주의와는 거리가 먼 케인즈주의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죠. 80년대 이후엔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가 상당한 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도 세계화 추진세력이 신자유주의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대표적인 게 공공부문의 조정 역할을 강조하는 EU입니다. 미국과 EU가 세계 자본주의의 표준 경쟁을 하는 셈입니다. 저는 유럽식 조정시장체제와 미국식 신자유주의체제 사이의 경쟁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한가지 지적할 것은 신자유주의 국가에서도 그런 사조가 수그러드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전력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주(州)정부가 전력회사를 소유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전면 수용했던 뉴질랜드는 2001년 총선 이후 세금 인상, 연금 확대, 노조 권리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개방이 만능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영국에서도 철도 민영화를 백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세계화는 대세지만 신자유주의가 반드시 대세는 아닌 것입니다.
윤= 시장의 단점을 신자유주의와 등치시키는 건 지나친 단순화입니다. 시장만으로 문제를 다 해결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정부의 존재 자체가 자원의 동원과 배분을 시장이 전적으로 담당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줍니다.
국제적인 영역에서도 시장이 잘할 수 있는 영역과 한계를 드러내는 영역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많은 나라에서 농업 보조금을 지원하는데, 이 경우 국제시장에서 선진국 농산물이 후진국 농산물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후진국 발전을 가로막게 됩니다. 국제사회가 이를 인식, 지금 그 해결책을 찾고 있습니다.
세계화에 따른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시장의 부작용과 한계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장과 공공부문을 구분하고 각각의 긍정적 의미를 인정하면서 발전시켜야 합니다. 시장에 의한 부작용 모두를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최= 동의합니다. 신자유주의가 곧 시장경제는 아니죠. 유럽의 경우 시장경제이지만 조정시장체제입니다. 신자유주의는 조정시장체제와는 대비되는 자유시장체제입니다.
_한나라당은 미국식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은데요.
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은 1/3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EU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세계 경제질서는 미국과 유럽의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쪽도 세계화의 흐름을 독단적으로 끌고 갈 수는 없습니다. 교통이나 통신의 발달을 특정 국가가 좌우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또 이전에는 지구의 반쪽에만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이 적용됐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습니까. 미국이나 EU와 같은 경제단위가 이런 현상을 재단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따라서 특정 국가가 주도하는 세계화라는 식의 인식은 부적절합니다.
_그렇다면 최 교수의 조정시장경제와 자유시장경제 구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 흔히들 자유시장체제라고 하면 모든 자원의 배분과 통제를 시장에만 의존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부에 의한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으면 시장의 기능은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모든 경제는 시장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시장과 공공부문이 같이 어우러져서 가는 혼합경제체제라고 보는 게 적절합니다.
최= 지향점은 분명 다릅니다. 분석의 편의상 정치적 이념을 좌우나 진보 보수로 나누는 것처럼 시장경제도 두 체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가의 조정을 통해 시장의 실패를 보정하려는 쪽은 조정시장경제체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본과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화할 때 효율성이 증대된다는 쪽은 자유시장경제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식 세계화는 시장 개방과 민영화를 강조하는 자유시장경제체제입니다. 워싱턴 컨센서스가 바로 그것이죠. 반면 사민주의 전통이 강한 유럽국가들은 공공부문의 조정 역할을 중시합니다. 우리에게 세계화는 이처럼 지향점이 다른 두 체제를 놓고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_과거 YS정부의 세계화가 여건 미비와 저항으로 외환위기를 가져왔던 경험을 생각하면, 어떤 세계화를 지향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 우선 사회통합형 세계화를 지향해야 합니다. 세계화는 필요하고 개방도 적극 추진해야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합니다. 복지제도나 사회안전망 이 구축되는 정도에 맞춰서, 즉 사회통합을 유지하는 속에서 세계화와 개방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른바 점진적ㆍ단계적 세계화 전략입니다. 북유럽 강소국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세계에서 개방 폭이 가장 크지만 안정적인 성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핵심은 복지체제의 확보입니다. 그 정도 복지 수준을 갖춘 국가라면 세계화를 급속히 추진해도 되지만, 복지 수준이 낮다면 폭이 넓고 급속한 세계화는 사회통합을 흔들 수 있습니다.
다음은 지역주의 경로를 통한 세계화입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개방 전략보다는 일단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도의 시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당연히 사회적 조정비용도 적을 것입니다. EU는 유럽국가들부터 통합한 후 역외로 진출했고, 라틴아메리카나 남아프리카, 아세안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뒤쳐져 있습니다.
윤= 사회통합은 세계화에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세계화되지 않은 나라들에게도 사회 안정과 공평 분배 등은 중요한 가치이고 사회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지금 사회통합 문제가 부각되는 건 단기간에 세계 경제질서가 달라지면서 이익 부문과 손해 부문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서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무역의존도도 70%를 넘습니다. 해외시장을 경유한 발전 전략은 우리에게 익숙한 명제입니다.
1995년에 GATT체제가 WTO체제로 확대됐습니다. 10여년이 지나면서 FTA가 부각됐습니다. WTO가 만들어내지 못한 돌파구를 소수 국가들 사이의 합의를 통해 새 시장을 개척하는 방식을 찾은 겁니다. 우리도 이런 흐름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사실 FTA에 관해서 우리는 후발국입니다. 지금까지 4개국과 FTA가 발효됐을 뿐이고, 경제 규모가 큰 나라로는 미국과 처음으로 FTA를 체결했습니다. 이제 속도를 내야 합니다.
FTA 추진과 함께 중요한 문제는 자원외교를 강화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해외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또 FTA를 통해 할 수 있는데도, 혹은 필요한데도 한미 FTA를 포함해 지금껏 제대로 다루지 못한 분야들도 있습니다. 법률과 의료, 서비스, 교육분야 등입니다. 좀 더 개방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들을 적극 개발해야 합니다.
그런데 개방 폭을 넓히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다 보면 국내적으로 긴장과 갈등이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불가피하게 구조조정도 이뤄지게 됩니다. 불리한 분야에 대해선 관련자들이 고통을 덜 부담하는 방안을 강구해 신속하게 구조조정의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합니다.
_세계화와 개방과 관련한 당면 현안인 한미 FTA 체결을 어떻게 봐야 합니까.
최= 개방과 성공의 절대조건은 순서와 속도입니다. 3가지 정도를 생각해야 합니다. 먼저 산업의 경쟁력과 발전 정도를 살펴서 그에 맞게 개방을 추진해야 합니다. 둘째는 사회통합을 위해 보상 체계나 사회안전망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상대국이 앞선 두 조건을 어느 정도 확보했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한미 FTA는 너무 볍僿颯윱求? 매우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경제통합형 FTA를 체결했습니다. 우리와 미국의 경쟁력 차이는 상당합니다. 우리는 사회안전망도 부실합니다. 참여정부 초기엔 미국과의 FTA 체결이 후순위였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뒤바뀌었습니다.
지역주의 경로를 통한 세계화의 측면에서도 한미 FTA는 적절치 않습니다. 일본과의 FTA는 5년간 준비했다가 교착상태에 빠졌는데 미국과의 FTA는 불과 10개월 준비했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에 앞서 아세안과 낮은 수준의 FTA를 체결한 뒤 곧바로 미국과의 FTA에 나선 겁니다.
내용적인 문제도 많습니다. 사실상의 경제통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비위반 제소나 투자자-국가 제소제, 서비스시장 개방의 네거티브 방식 및 역진방지 조항 등은 독소조항입니다. 정부의 공공정책 자율성과 시장 조정 권한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질적인 이득이 얼마나 될지도 불확실합니다. 가장 기대치가 높은 자동차만 해도 관세가 2.5%에 불과합니다. 서비스산업에 대한 설명도 없습니다.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문제도 북미수교 이전엔 불가능하다는 게 일치된 견해입니다.
윤=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한미 FTA 체결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FTA 후발국입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효중인 FTA가 200개 정도인데 98개가 2001년에서 2006년 사이에 체결됐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불과 4건만을 발효한 상태이고 그 비중도 전체 교역의 4%에 불과합니다. 또 우리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10여년간의 저성장 때문에 분배가 악화됐고 결국 사회통합도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래서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그게한미 FTA였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의 FTA에서 끝나서는 안됩니다.
_한미 FTA가 우리 경제의 성장을 보장할 수 있을지, 또 우리가 감당해낼 수 있는지요.
윤= 어느 일방만 이익을 보는 식이라면 협상 타결은 어렵습니다. 상식적으로 우리가 손해만 볼 것이란 생각은 비현실적입니다. 최 교수께서 자동차 관세가 2.5%에 불과해 실익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자동차산업은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마진이 5%에 불과합니다. 2.5% 관세 철폐는 상당히 의미가 큽니다.
최= 미국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일본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더 하락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은 미국과의 FTA를 추진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FTA를 통해 미국 시장 점유율을 회복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합니다.
윤 의원께서 저성장 때문에 분배가 악화됐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또 한미 FTA가 성장을 보장하는지, 성장이 이뤄진다고 해서 곧바로 분배가 이뤄지는지도 의문입니다. 개방론자들은 흔히 ‘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워야 분배가 개선된다’는 적하효과(滴下效果)를 얘기하지만, 제도적 기제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구조,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사이의 공생제도, 소득재분배 효과를 낼 수 있는 조세제도와 사회안전망 등을 먼저 갖춰야 합니다.
윤= 이 점에선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실업률은 현재 1970년대보다도 높습니다. 또 실업률 하락보다 고용률 하락 추세가 더 심각합니다. 모든 연령대가 다 그렇습니다. 정부가 사회보장과 누진과세 등의 방법으로 분배를 조정하는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시장을 통한 분배 기능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래서 성장이 이뤄지고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는 게 중요한 것입니다.
_지역주의 경로를 통한 세계화, 경제발전 수준에 맞춘 세계화 전략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윤= 통신이나 교통의 발전으로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의 경제 발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건 거대한 미국 시장이 바탕이 됐습니다. 다만 산업구조에 있어선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중국과의 FTA는 농업분야에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산업구조의 관점에서 어느 단계가 이익이 될지에 대해서는 전략적 고려가 중요합니다.
최= 기본적으로 FTA는 낮은 수준부터 포괄적 경제통합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따라서 맞춤형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미국과는 과도하게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한 것입니다.
상대국을 선정하는 데 있어선 세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는 순서와 속도입니다. 둘째는 FTA가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 헌법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조정을 명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FTA도 한국형 조정체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하는 게 국가 전략상으로 옳습니다. 셋째는 우리 외교 목표와의 정합성입니다. 참여정부는 일방적으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기보다는 동아시아 지역주의 발전에 무게를 두어왔습니다.
윤= FTA는 당연히 쌍무적 호혜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그런데 우리만 빠진다면 시장 진입단계에서부터 어려운 여건에 봉착?수밖에 없습니다. 외교적 이익 부분을 다 감안하더라도 한미 FTA 추진은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한미관계가 경제적인 유대를 통해 더 확대 강화될 것입니다. 또 한미 FTA 체결은 EU 인도 일본 중국과의 FTA 추진을 모두 감안한 것이라는 점도 고려돼야 합니다.
_FTA 추진과정의 불투명성이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요.
윤= 정부의 한미FTA 전략과 협상 결과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추진 방식에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4대 선결조건이 대표적입니다. 협상테이블에서 주고받기로 해결했어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시작한 셈입니다. 또 국회는 물론이고 이해당사자들의 관심사가 충분히 수용되지 못했습니다. 향후 추진될 FTA에선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해야 합니다.
비준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국내외적인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는 9월 7일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했지만 대선과 내년 총선 등을 감안하면 17대 국회가 비준안을 제대로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내년 5월 말 18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 구성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상반기가 다 지나갈 겁니다. 결국 내년 정기국회에서나 다룰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도 비슷합니다. 내년 3월부터 오픈 프라이머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11월에는 대선이 치러집니다.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힐러리 상원의원이 이미 공개적으로 비준을 반대하고 있어 행정부가 쉽게 비준안을 제출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양국 정부간 협의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협정이 발효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는데, 최악의 경우 2009년 이후에나 발효되면서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습니다.
최= 투명성 측면에선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너무 권위주의적이었습니다. 정보 제공은 부실했고 충분한 토론도 거의 없었습니다. 홍보도 일방적입니다. 국민이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싶습니다.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굳이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려면 낮은 수준의 맞춤형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아니면 중단하거나 다음 정부에서 추진하자고도 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국제사회의 비난과 예상되는 사회경제적 문제 사이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자를 감수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국회도 비준을 거부해야 합니다. 아니면 다음 정부에서 재협상을 추진해야 합니다. 멕시코도 NA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_한미 FTA로 인한 산업부문의 영향을 따질 때 농업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힙니다.
최= 농업분야의 개방과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한미 FTA를 들여다보면 정말 심각합니다. 농촌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올 만합니다. 농업을 단순히 돈과 연계시켜 산업으로만 보는 시각이 문제입니다. 문화적, 생태적 관점이 절실합니다. 농촌을 근대화 시키되 가치 접근도 지속적ㆍ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윤= 농업과 농민, 농촌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2005년 현재 농업은 GDP의 2.9%이고, 농촌 인구는 7%입니다. 연령구조로만 보면 60세 이상이 59.2%나 되고 65세 이상도 29.4%에 달합니다. 농촌은 노령화가 이미 상당히 진행됐는데 앞으로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산업정책으로 접근하는 길도 있겠지만 사회복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사회= 이영성 부국장 정리=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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