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달 18일 서울 은평구 일대 주택가를 돌며 26차례나 불을 지른 정모(46)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인근 공사장에서 구한 페인트 등을 사용해 주로 새벽 시간에 빈 집이나 버스, 동네 정자 등을 닥치는 대로 불태웠다. 30분 동안 차량 6대에 불을 지르기도 한 정씨는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는데 화가 나 불을 질렀다”고 했다.
#2. 9월 중순 서울 구로동의 성형외과와 정형외과 전문 병원에서 큰 불이 나 병원 직원 2명이 숨졌다. 범인 차모(55)씨는 병원에 난데없이 들이닥쳐 준비한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뒤 달아났다. 중화상을 입고 달아나다 검거된 차씨는 방화 이유를 “산업재해 처리도 안 해주고 눈 수술을 잘못해 눈을 망쳐서”라고 말했다.
방화(方火)가 급정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이 28일 국회 행정자치위 소속 대통합민주신당 윤호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2,778건이던 방화 사건은 2003년 3,219건, 지난해 3,413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6월말까지 벌써 2,896건이나 발생했다. 방화의 주 대상은 차량(32%)이나 아파트 등 주택(28%)으로 10건 중 6건이 이들을 대상으로 일어났다.
피해 역시 증가했다. 재산 피해는 평균 16% 증가했다. 올들어 방화로 78명이 목숨을 잃었고 203명이 부상했으며 재산 피해도 101억7,200만원을 기록했다.
방화 원인은 ‘사회에 대한 불만 표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소방방재청 통계에 따르면 2006년 전체 3,413건의 방화 사건 중 14%(480건)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풀기 위해’저질러졌다. 이밖에 가정 불화(173건), 정신 이상(87건), 비관 자살, 싸움 등 개인적 이유들이 뒤를 이었다.
특히 청소년 방화가 갈수록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이 시급하다. 소방방재청이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4년 82건이던 청소년 방화는 2005년 146건으로 크게 늘었고 올 상반기 동안에는 111건이나 일어났다.
이는 살인(2004년 27건, 2006년 30건), 강도(2004년 1,410건, 2006년 1,183건), 강간(2004년 321건, 2006년 471건) 등 다른 청소년 강력 범죄가 줄거나 낮은 증가세를 보이는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방화범 증가의 원인을 입시에 대한 부담, 청소년을 위한 문화 부족 등을 꼽았다.
범죄심리학자인 경찰대 이웅혁 교수는 “현재 하는 일이 제대로 안될 때 느끼는 좌절감이 분노로 변하면서 나름대로의 응징과 복수의 형태로 방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개인적 이유가 아닌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방화가 늘고 있다”며 ““이런 사람 중에는 막연한 사회적 이슈를 범죄 대상으로 해 직접 관계가 없는 곳에 방화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기대 이수정 교수(범죄심리학)는 청소년 방화를 막기 위해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사회가 공부에 흥미가 없는 많은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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