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올해가 선거의 해이고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는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가 정해지면서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간의 날선 공방이 시작됐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지겨운 지역주의 선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렇다. 지역주의 담론이 난무하면 우리는 선거철임을 알 수 있다.
■ 10년 전 지역주의선동 재발
이번 대선의 경우 호남에서까지도 노무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하고 이명박 후보가 20%대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지역주의가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들이 나왔다. 그러나 정 후보로 열린우리당 후보가 결정되고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그 지지율이 반토막인 10% 초반대로 떨어졌다.
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문제는 또 다시 정치인과 정치브로커들이 지역주의를 선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이 그러하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엉뚱하게도 민주당의 경선에서 승리해 대권 3수에 나선 이인제 민주당후보가 자리잡고 있다.
이 후보가 처음 지역주의를 들고 나올 때만 해도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들어줄 만했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은 동부벨트에서 강력한 지지기반을 갖추고 있는데 정치적 공동운명체이자 개혁개방을 지지하는 서부벨트가 민주당의 지지기반으로 구축되는 것은 순리”라며 “호남과 충청은 연합이 아니라 일체로 다시 태어나 강력한 서부벨트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주의는 그 명분이 무엇이든 정치가 진보 대 보수처럼 이념과 정책대결로 나가는 것을 막는다는 점에서 중ㆍ장기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있다.
그런 큰 문제가 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라는 자유주의적 개혁정부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호남이 DJP와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카드로 충청을 끌어들여 서부벨트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서부벨트를 재건하는 것이 그나마 올 대선에서 한나라당이라는 냉전적 보수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한 최소 조건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후 그는 여기에서 한참을 더 나가 자신과 같은 충청 출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충청대통령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충청대통령이 등장하면 지역대치 구도가 마감된다”는 논리로 이를 정당화했다. 정확히 10년 전 들었던 유성기를 다시 듣는 기분이다. 10년 전 김대중 진영은 군사독재 출신인 김종필 자민련총재와 지역연합을 추진하면서 소외지역인 호남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한국의 지역주의가 해체된다는 논리로 이를 정당화했다.
이에 대해 나는 지역주의는 결코 지역주의로 깨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나의 예측대로 호남의 집권이 지역주의를 해체하지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을 고려할 때 충청대통령의 출현이 지역주의를 해체할 것이라는 주장은 반박할 가치조차 없는 유치한 논리이다.
문제는 충청대통령론이 지역주의 선동발언이라고 문제가 되자 이 후보가 애교로 봐달라고 해명을 해 놓고 충청지역을 돌면서는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나라가 편해질 것”이니 자신을 밀어달라고 공공연하게 지역주의를 선동하고 다니는 것이다. 이 후보만이 아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충청문화 한마당에서는 충청향우회장이 나서 “충청인은 여론조사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중간지대가 제일 많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핫바지, 멍청도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반성해야 한다”고 지역주의를 부추겼다.
■ 이인제 후보는 부적합한 인물
물론 능력과 경륜을 갖춘 정치인이 있다면 충청에서도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그간의 낯 뜨거운 경력을 볼 때 이인제 후보는 충청대통령감으로 전혀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다니는 것은 역사적인 죄를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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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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