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에 가담했던 전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죄와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26일 국정원에서 가진 ‘진실위 3년 활동결과 설명회’에서다.
안병욱 위원장은 “당시 공작에 가담했던 2명의 공작원들이 작성한 서신을 내가 갖고 있다”며 “서신에는 ‘과거에 (중정) 직원으로 지시를 받아 한 행동이지만 결과적으로 DJ(김 전 대통령)에게 엄청난 위해를 가한 데 대해 유감이며 사죄한다. 용서와 화해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서신을 작성한 공작원은 일본 현지 공작책임자 윤모 씨와 김동운 주일 한국대사관 1등서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의 결단을 동교동 측에 전달하려고 했지만 (조사 보고서의 결론이 우유부단하다며) 흔쾌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자칫 오해를 살 수 있어 그만뒀다”며 “두 분이 최고 지시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인간적인 고통 속에서 DJ를 살려냈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평가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현 정부가 DJ에게 사과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 때 관여했던 분들이 사과하는 것이 순리다. 당시 김종필 총리가 아직 살아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도 공개됐다. 안 위원장은 “조사과정에서 ‘납치사건 조사를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 아니면 일본도 조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전달 받았다”며 “한국보다 사건의 진상을 더 정확하게 알면서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일본은 떳떳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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