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런 와이즈먼 지음 / 이한종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ㆍ428쪽ㆍ2만3,000원
전쟁은 인간에게 재앙이지만, 자연에게는 축복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코앞의 비무장 지대. 너비 4㎞의 띠를 닮은 이 무인지대는 반 세기 만에 진귀한 생물들의 훌륭한 안식처로 탈바꿈했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는 DMZ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화해를 보았다.
7월 미국서 출간 직후 내셔널 지오그래픽사에서 영화화를 결정하고 지금까지 19개국에서 번역ㆍ출간된 <인간 없는 세상> 이 꿈꾸는 세상이다. 출발점은 단순했다. 인간>
“어느 날 갑자기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지구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는 가정을 끝까지 밀어 부쳤다. 그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방대한 자연과학적 지식량, 데이터와 상상력 등은 정교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발적 인류 멸종 운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인간은 지구 최대의 재앙인가? 그럴 개연성이 높다고 책은 답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사라진 이후, 지구는 눈부시게 다시 태어날 것인가? 그렇다고 한다.
상처 입은 지구의 놀라운 자기 치유력이 그 근거다. 책은 그러므로 현재 인류가 지구에 가하고 있는 폐해를 역설적으로 웅변하는 셈이다.
책은 과거와 미래의 정보로, 지구를 재구성한 가상 시나리오로 차있다. 18세기와 현재의 맨해튼을 합성한 사진이 등장하는 도입부는 수 천년이 지난 뒤의 지구와, 수 억년 전 빙하 시대의 지구를 눈앞에 보는 것처럼 재현한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서 화학 비료의 사용이 갑자기 중단된다면, 어마어마한 화학적 악영향이 일거에 사라질 것이다.”
온난화가 심화됨에 따라, 인간이 수백만년 동안 가꿔온 경작지들이 현재의 아마존처럼 된다. 그것은 결국 자연이 인간에게 하는 복수다. 모두 인간이 먼저 도발했다. 11년 동안 벌어진 인류 사상 최대의 토목 공사인 파나마 운하는 결국 인간이 자연에 입힌 큰 상처일 뿐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난다.
저자는 애리조나대학 국제 저널리즘 교수로, 이 책의 예고편 격인 2005년의 에세이 <인간 없는 지구> 로 ‘미국 최고의 과학 저술’상 을 획득했다. 그가 세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천혜의 땅, 비무장 지대에 갖는 관심은 각별하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생물종을 살릴 천혜의 자리로, 세계가 아끼는 독특한 연구지로, 아름다움과 역사적 의미가 함께 하는 곳으로, 생명이 지구에 주는 선물로 DMZ를 바꿔놓자는 것이다. 인간>
그는 최근 세계적으로 요청이 높아 가는 ‘비무장 지대의 국제 평화 공원 선포’를 하루 빨리 실현시키라며 다그친다. “인간과 자연이 화해할 수 있다는 신념과 꿈을 갖게 해 준 한국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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