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데이비스 지음 / 이경하 옮김 / 여름언덕 발행ㆍ507쪽ㆍ1만5,000원
“10시가 되었고 북소리가 밥 말리 & 더 웨일러스를 호명했다. 무대에 불이 켜졌고 진행자가 ‘짐바브웨 만세’라고 외치자 관중들이 밥 말리를 연호했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짐바브웨> 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후는 대혼란. 짐바브웨>
1980년 당시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의 로디지아에서 밥 말리가 이끄는 무대는 AK-47 자동 소총과 자욱한 최루 가스로 끝났다. 자메이카의 레게 가수 밥 말리와 그가 이끄는 보컬 그룹 ‘웨일러스(wailers:절규하는 자들)’가 또 사람들 가슴에 불을 지른 것이다.
신세대의 여흥 아니면 패션의 아이템인 양, 레게는 한국서 지독히 오해받고 있다. 책은 레게 최대의 스타 밥 말리와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펼친 인터뷰를 1차 자료로, 자메이카 현대사와 청년 문화에 대한 정보를 2차 자료로 삼아 빚어낸 전기다.
1838년 자메이카에서 노예해방이 이뤄지고 난 뒤, 영국으로부터의 식민경험에 짓눌린 민중이 진정한 자유를 위하여 싸운 기억이 승화된 것이 레게다. 그 한가운데에 킹스턴 빈민가 태생의 남루한 소년 밥 말리와 그가 결성한 웨일러스가 있다.
이들이 1972년 발표한 첫 앨범 <불을 붙여(catch fire)> 는 자메이카에 사회주의 정부가 수립된 사건과 궤를 같이 했다. 투쟁성과 도덕성으로 둘은 굳게 결합했는데, 서구 팝계에서는 귀가 번쩍 뜨이는 신상품이었다. 불을>
말리는 세계적인 명성에 도취되지 않았다. 궁핍의 삶을 살고 있는 자메이카 민중의 영웅으로서 할 바를 잊지 않았다. 1988년 한 후배 레게 가수는 자메이카의 극빈자 수용 시설에서 이런 글을 나눠주었다.
“레게 뉴스 특보 : 밥 말리의 환영이 스트레인저 콜(자신의 이름)에게 말을 걸다.” 저자는 <레게 인터내셔널> 등 자메이카 3부작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레게>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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