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26일 재보고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첫해 총 정원 2,000명 안을 국회 교육위원회가 사실상 수용함으로써 ‘로스쿨 총 정원 파동’은 외형적으로는 일단 수습국면에 접어든 느낌이다. 교육부로서는 열흘만에 여론에 ‘백기’를 든 것이다. 하지만 서울 및 수도권 사립대학들이 강경 자세를 굽히고 있지않아 ‘여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치권 강경입장에 급선회
로스쿨 총정원과 관련, 교육부의 입장은 24일까지만 하더라도 ‘1,500명 고수’였다. 김신일 교육부총리와 서남수 차관 등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변경 가능성이 없다”고 누차 강조할 정도로 원안 유지를 자신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25일 들어 급변했다. 각 대학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워낙 거센데다, 특히 국회의 강경한 수용거부 의사가 전혀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교육부는 25일 오전에야 ‘개원 첫 해 총 정원 1,700~1,800명’의 수용안을 마련, 권철현 국회 교육위원장을 찾아 수용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그러나 권 위원장은 완강한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안달이 난 교육부는 밤샘 회의를 거쳐 ‘총 정원 2,000명 안’을 마련했다. 교육부 안팎에서는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모종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김 부총리는 이날 “총 정원 안에만 매달려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2009년 3월 로스쿨 개원을 위해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원안을 고수하다간 자칫 로스쿨 전체 일정이 파행에 치달을 수 있다는 판단이 이번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갈등의 불씨 여전
교육부는 우여곡절끝에 로스쿨 총정원을 늘려 ‘여론 달래기’에 일단 성공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지방 국·사립대를 제외한 대다수 대학들이 로스쿨 인가 신청 보이콧이라는 배수의 진을 철회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장재옥(중앙대 법대 교수)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 회장은 “지방대학 총장 들의 발표와 달리 전국 법대 학장들은 기존 입장서 요지부동”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등이 첫해 총 정원 3,000명, 2014년 4,000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개정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여야의원 50명이 ‘로스쿨 배출 변호사 연간 3,000명’을 지지하고 있는 점도 교육부 안이 실행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날 열린 교육위에서 교육부 안에 강한 반대의사를 밝힌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실 관계자는 “총 정원이 최소 2,500명 이상은 돼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조속한 법개정 등 여러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가 경쟁 더욱 치열
첫해 총 정원이 500명 는 만큼 로스쿨 유치 경쟁도 더욱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주변에서는 대학당 정원 상한선 150명(확정)과 하한선 50명(추정)을 고려할 경우 20개 내외의 대학이 로스쿨을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로스쿨 유치 희망 대학이 47곳이어서 대략 2대 1 정도의 경쟁률이 예상된다. 노무형 대통령이 로스쿨 선정시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감안하면 서울 및 수도권 대학간 경쟁이 지방 대학에 비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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