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부에서의 가부장적 전통이 급속히 쇠퇴하면서 남편의 발언권은 위축되는 대신 아내의 파워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소소한 집안 일은 물론이고 부동산 처분과 자녀 교육 등까지도 아내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아내 폭력에 시달리는 남편도 급증하는 추세다.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9,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수집한 ‘부부권력 관계’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2003년 조사 때보다 아내 권력 강화 추세가 뚜렷했다.
‘투자ㆍ재산 증식에 대한 결정을 누가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2003년에는 남편이 결정한다는 비율이 16.1%였고 아내가 결정한다는 비율은 14.8%였다. 하지만 2006년에는 남편 비율은 3년 전과 동일한 반면 부인이 결정하는 비율은 16.1%로 1.3%포인트 높아졌다. ‘자녀 교육’에서도 남편이 결정한다는 비율은 2003년 4.5%에서 지난해 3.1%로 하락했으나, 아내가 결정한다는 비율은 36%에서 39.2%로 상승했다.
‘아내 권력’ 강화 현상은 20대 부부 보다는 30대, 30대보다는 40대 부부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재산 관리와 관련, 아내가 결정하는 비율이 20대 부부에서는 12.6%에 머물렀으나 30대 부부에서는 16.1%, 40대 부부에서는 17%에 달했다.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다시 15.9%로 하락했다. 일상적 지출 결정에서도 아내가 우위인 비율이 20대 부부에서는 51.7%였으나 30대와 40대에서는 각각 65.9%와 68.3%로 높아진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64.6%로 하락했다.
이는 가부장적 전통이 남은 50대 이상 계층과는 달리, 50대 이하에서는 결혼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내의 권력이 강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내의 권력이 너무 드세 남편이 물리력으로 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에 따르면 경찰청이 제출한 ‘2003∼2007년 6월 가정폭력 신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3년에는 ‘매맞는 아내’(1만4,306명)의 2% 수준이던 ‘매맞는 남편’(297명) 비율이 올들어 6월(156명)까지는 ‘매맞는 아내’(4,515명)의 3.45%까지로 급증했다. 절대 건수로는 ‘남편 폭력’이 심각하지만, ‘아내 폭력’도 방치할 수만은 없는 수위까지 높아진 것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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