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조서 작성, 지명수배나 전과 조회 등을 할 수 있는 경찰 내부 전산망인 ‘수사정보종합시스템’이 전산 장애를 일으켜 전국 경찰의 수사 업무가 3일째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수사기록 등 경찰 데이터(DB)가 시스템 다운으로 날아가 버려 경찰은 물론, 민원인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25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수사기록 입력 등을 위한 수사정보종합시스템 전산망 회선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일부 전산 장애가 발생, 22일부터 전국 경찰서의 수사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 경찰청과 해당 사업자인 SK네트웍스는 뒤늦게 24일부터 회선 업그레이드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기존 회선으로 시스템 원상 복구를 시도 중이다.
경찰청은 7월 전국 17개 지방경찰청 등의 전화망, 화상 회의망 등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경찰청 차세대 유선 통합망 구축사업’을 진행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선과 전산용 회선을 통합해 운영하는 작업을 22일부터 매일 새벽 시간대에 진행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며 “휴일 새벽 시간대에 작업을 계속해 원래 시한인 내달 말까지 회선 전환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 SK네트웍스 측은 “파악 중”이라고만 밝혔다.
수사정보종합시스템 장애로 민ㆍ형사 등 각종 고소ㆍ고발 사건 등을 처리하는 일선 경찰서에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기껏 작성해 놓은 수사기록이 어느새 휙 날아갔다” “심할 경우 로그인이 10번 중 1번만 된다” “조서를 수기(手記)로 작성하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는 등 사건 담당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일을 하지 못할 정도”라며 “수사기록 입력은커녕, 검색이 되지 않아 일 처리가 평소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서 관계자는 “하루에도 각종 민원전화가 20통 넘게 걸려오는데 여간 난처한 게 아니다”며 “다른 경찰서도 마찬가지”라고 귀띔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다. 5일 전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시킨 원모(43ㆍ여)씨는 “사건 배당이 어떻게 됐나 궁금해서 경찰서를 찾아 왔는데 경찰이 전산 장애 핑계만 대는 통에 헛걸음만 했다”며 목청을 높였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이날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수사전산망 성능 개선 작업 도중 일부 접속장애가 발생한 것 같다”며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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