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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두려운 게 없어진 공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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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두려운 게 없어진 공무원들

입력
2007.10.2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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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공무원들은 뻣뻣해졌고, 수감기관은 걸핏하면 대들거나 버틴다.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며 이실직고하라고 호통치던 국회의원들의 위엄은 거의 땅에 떨어졌다.

국감을 통해 비리가 폭로되고, 이를 언론이 크게 보도해도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요?"가 두드러지는 반응이다. 국감 뿐만 아니라 국회의 대정부 질문, 일상적인 업무 처리등 여러 군데서 공무원들의 달라진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 노 대통령이 만든 공직사회 변화

공무원들은 왜 이렇게 두려운 게 없어졌을까? 한 마디로 말해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전 총리가 만들어낸 변화다. 국회나 언론의 힘은 결국 행정부를 통해 발현되는데, 인사권을 쥔 상급자들이 국회와 언론의 지적을 배척하면 그 일의 해당자들에게는 아무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그러니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최고 상층부가 힘써 가르쳐 준 것은 남들과 싸우고 편을 갈라도 좋다는 것, 품위 없게 말해도 괜찮다는 것, 보편타당하지 못하고 괴팍하더라도 소신 있게 행동하면 오히려 유리하다는 것, 그런 것들이다.

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싸움닭을 기르듯이 (국회나 언론에 대한) 공무원들의 '당당한 대응'을 주문해왔다. 노 대통령은 최근에도 "복분자를 따려면 가시에 찔린다"면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정착을 위해 분명하게 대처할 것을 지시했다.

"가시에 찔리는 걸 걱정 말라, 내가 있다, 찔릴수록 당신들은 유리하다"는 메시지였다. 가시에 찔리는 일의 모범은 이해찬 전 총리가 잘 보여 준 바 있다.

건설교통부가 9월에 만든 홍보연찬회 자료는 그런 지시의 산물이다. 기자들을 '문제 제기의 선수'라고 규정한 이 자료는 '기사 취재=비판이나 책임 추궁'이므로 공식적인 답변 외에는 하지 말고 한 목소리를 내라고 돼 있다고 한다. 참 우스운 일이지만, 기자들이 문제 제기의 선수라는 말은 맞다. 제대로 된 기자라면 오히려 고마운 칭찬이라고 반길 말이다.

문제는 공무원들이 국회나 언론을 두려워하고 말고가 아니다. 문제는 문제를 제기해도 인정하거나 고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일이 누적될수록 공직사회의 공공성, 공직자들의 공개념은 점점 더 흐려진다.

그렇지 않아도 미약했던 공개념은 노 대통령이 쳐 준 편 가르기의 울타리 속에서 '우리끼리' 개념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기자들과 공무원들은 물론, 일반인들과 공무원들도 점점 더 멀어지는 양상이다. 정년 문제나 연금 개혁, 연봉, 행정규제, 이런 문제에서 이해관계가 상반되거나 첨예하게 대립해 서로 적이 돼 가는 것처럼 보인다.

노무현 행정부는 혁신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정부ㆍ공공개혁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4년 여 동안 6만 명 가까운 공무원과 조직을 늘림으로써 오히려 공공부문의 낭비와 비효율을 키우고, 이름도 생소한 갖가지 위원회와 방만한 공기업 운영을 통해 국가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국민 통합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외부로부터의 감시와 견제는 갈수록 느슨해지고 성글어지고 있으니 요즘 공무원 살이는 얼마나 편한가. 그렇지 않아도 성가신 존재들이었는데, 대통령이 다 막아 주시니 나중에야 어찌 되든 일단은 좋고 편하다.

● 점점 커지는 공공개혁의 필요성

성실하게 자기 책무를 다하는 대부분의 공무원들에게는 욕 먹을 소리이지만, 이런 분위기를 타고 타락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부분적으로나마 그런 게 드러나는 계기가 국정감사다. 비리사례는 하나같이 나라살림이나 국민의 세금을 자기 것처럼 생각하는 잘못된 자세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고 봉사한다는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직의 공개념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은 매우 어렵다. 한번 잘못 길들여진 학생들은 담임교사가 바뀐다고 해서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진짜 걱정스러운 것은 그런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차기 정부의 첫 과제로 공공개혁을 주문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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