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스 카잔차키스 / 열린책들'자유의 질량' 알게 한 본원적 생명력의 인간
1957년 10월 26일 그리스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74세로 사망했다. 올해는 그의 50주기. 그가 살았을 때 미리 써놓았다는 묘비명은 이렇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카잔차키스의 삶은 자유를 향한 편력이었다. 널리 읽히는 <영혼의 자서전> (1956)에서 그는 고백한다. “내 삶을 풍부하게 해 준 것은 여행과 꿈이었다. 내 영혼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이 누구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꼽을 것이다. 호메로스, 부처, 베르그송, 니체, 조르바.” 영혼의>
카잔차키스는 생애의 절반을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 처럼 조국 그리스는 물론 유럽 각지와 중국 일본까지 떠돌아 다녔다. 베르그송의 ‘생의 철학’과 니체의 ‘초인’ 개념에 경도됐던 그의 꿈의 여정은 “이 세계는 그의 옷이 아니다. 세계가 바로 신이다”라는 동양적, 불교적 세계관으로 귀착했다. 오디세이아>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준 것은 장편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1942)이다. “인간의 이성에 관한 정의라면 꽤 읽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가망없는 펜대 운전사’인 화자가,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야성의 영혼을 가진 늙은 노동자 조르바를 이야기한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성의 치장을 걷고 세사의 본질을 꿰뚫어보며, “수탉이 장부 가지고 다니는 거 봤냐?”며 여자들을 편력하고,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이라는 본원적 생명력의 인간이다. 조르바는 실존 인물이다.
카잔차키스는 그에게서 자유의 현신을 본 것일까, 자서전에서 그는 “주린 영혼을 채우기 위해 오랜 세월 책으로부터 빨아들인 영양분의 질량과, 겨우 몇 달 사이에 조르바로부터 느낀 자유의 질량을 돌이켜 볼 때마다 책으로 보낸 세월이 억울해서 나는 격분과 쓰라린 마음을 견디지 못한다”고 썼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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