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권력 내부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간에 권력 투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알리 라리자니 이란 핵 협상 대표 겸 국가안보최고회의 의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한 데 이어 24일에는 마뉴세르 모타키 외무장관 사임설도 이란 관영통신을 통해 흘러나왔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외무장관 사임을 공식 부인하긴 했지만 핵 문제 등 강경 일변도인 그의 대외정책을 두고 권력 내부에 상당한 균열이 일고 있는 조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르메니아를 방문 중이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23일 급거 귀국한 배경도 이와 연관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무엇보다 최고지도자의 측근인 라리자니 핵 협상 대표의 전격적인 사임이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측근인 사이드 잘릴리를 새로 임명, 외교분야에 대한 장악 의도를 드러냈다. 서구와의 핵 협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강경 노선의 아마디네자드의 입장과 달리 라리자니는 서구와의 핵 협상에서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여왔다.
라리자니의 사임으로 아미디네자드 대통령이 일단 주도권을 잡은 셈이 됐지만 여진이 만만찮은 상태다. 최고지도자의 측근인 벨라야티 전 외무장관이 라리자니의 사임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데 이어 의원 183명이 23일 라리자니의 정책을 지지하면서 합리적인 핵 협상을 촉구하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급기야 2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럽연합(EU)과의 핵 협상에 잘릴리 외에 라리자니도 최고지도자의 개인 대표 자격으로 참석, 협상 대표가 2명이 되는 어정쩡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날 회의 후 라리자니는 기자 회견장에 등장, “건설적인 아이디어가 논의됐다”고 밝혔지만 잘릴리 대표는 나타나지 않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