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 정원안을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강원대와 경북대를 비롯한 15개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 총장들이 25일 내놓은 ‘첫해 총 정원 2,000명’이라는 절충안과 관계없이 관련 단체들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26일 교육부의 로스쿨 총 정원안 국회 재보고는 이번 갈등의 향후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당초 안 고수”
교육인적자원부는 17일 국회에 보고한 ‘로스쿨 개원 첫해 총 정원 1,500명 안’을 고수할 분위기다. 수뇌부가 이미 “발표 그대로 갈 것이다”(김신일 교육부총리), “현 상태로서는 변경할 요인을 찾지 못했다”(서남수 차관)는 말로 원안 고수 입장을 천명한데다, 청와대 또한 “적절한 절차를 통해 결정한 안으로 교육부 의견을 존중한다”며 교육부에 힘을 실어줘 ‘변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총정원 조정시 뒤따를 정책 신뢰도 저하 문제도 교육부로서는 부담이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국회와 대학들의 반발이 거센만큼 교육부가 어느 정도의 ‘성의 표시’는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로스쿨 총 정원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며, 수뇌부가 여러 복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대학으로서는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의(議)-정(政) 충돌 가능성
로스쿨 총 정원에 대한 국회 입장은 매우 강경한 편이다. 교육부가 로스쿨 총 정원을 원안대로 재보고 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4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등이 첫해 총 정원 3,000명, 2014년 4,000명으로 총 정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국회의 이런 강경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32명과 한나라당 13명, 무소속 5명 등 여야의원 50명이 이날 ‘로스쿨 배출 변호사 연간 3,000명 안’을 지지하고 나선 것도 교육부에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 대부분은 교육부가 ‘첫해 총 정원 2,000~2,500명 안’을 제시한다면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500명 안’을 고수하게 되면 ‘의(議)-정(政) 충돌’도 불가피하다.
교육위 의원들은 교육부가 원안대로 통보 수준의 재보고를 한다면 총 정원에 대한 법개정을 신속히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의원들의 공감대만 형성되면 국회의장 직권상정 등을 통해 당장이라도 법개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순영 의원실 관계자는 “재보고 요구는 일종의 경고로 보면 된다”며 “당초 안대로 재보고가 이뤄진다면 법개정을 통해 정부안을 저지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쪼개지는 대학
총정원을 놓고 대학들이 사분오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지방 국·사립대 총장들이 ‘첫해 총 정원 2,000명 안’을 제시한 반면 서울 및 수도권 대학들은 ‘총 정원 3,200명 안’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 서울 지역 대학 관계자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이 여전히 로스쿨 인가 신청 보이콧을 불사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 대학들의 전열 이탈이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첫해 총 정원 2,000명 안’을 제시한 대학이 15곳에 불과하고, 일부 대학은 로스쿨 유치 준비도 하지 않아 이들의 ‘돌출 행동’은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상당수 대학들과 시민단체는 지방대학들이 정부와 사전교감을 나눈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일말의 불안감과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 등이 포함된 ‘로스쿨 시민ㆍ인권ㆍ노동ㆍ법학계 비상대책위원회’ 이창수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가 입장발표를 종용했다는 느낌이 든다”며 “만일 사실이라면 대학들을 이간질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로스쿨 비대위 관계자는 “교육부가 로스쿨 첫해 총 정원을 2,000명 선으로 확대해 국회에 재보고를 해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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