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확장에 대한 욕구는 인간 본능 중 하나다. 세계사의 크고 작은 전쟁들은 대부분 영토 확장, 또는 자원 확보를 위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난세의 영웅’만이 그 본능을 채울 수 있을 뿐 대다수 사람들은 그저 본능을 누르며 살아갈 뿐이다.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영웅 본색’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더 이상 국내 시장에 안주할 수 없다”며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수ㆍ합병(M&A)과 신시장 개척을 통해 중국을 기점으로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인도 두바이 바레인 카자흐스탄 등을 연결하는 아시아 금융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것. 취임 6개월 여가 조금 넘었지만 이미 그 구상이 조금씩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첫 걸음은 올해 6월 중국 은행감독업관리위원회에서 현지법인 설립 예비인가를 획득한 것이었다. 국내 금융회사로는 최초였다.
그로부터 4개월 뒤인 이 달 22일 최종 본인가를 받으면서 중국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 현지법인 설립은 단순히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과 교민들을 상대로 한 영업을 넘어 직접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인민폐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 행장은 11월 중 베이징에 중국현지법인 ‘우리은행(중국) 유한공사’를 설립해 상하이, 상하이 푸서, 베이징, 심천, 쑤저우 등에 있는 5개 영업점을 법인 소속 지점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중국 내 은행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용카드 전문가’로 꼽히는 박 행장은 중국의 카드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현재 비씨카드에서 공동 진출 제안을 받은 상태다. 내년 초 중국 카드시장 현황을 조사해 본 뒤 최종 진출 여부를 결정하겠다지만, 중국 카드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할 때 중국법인 개설과 맞물려 상당한 폭발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박 행장은 25일 해외 진출을 위한 또 하나의 거점을 확보했다. 21세기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각광 받는 인도 뉴델리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 것. 외환 위기로 철수했던 인도 금융시장에 8년 만에 재진출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이 달 10일 러시아 정부로부터 현지법인 인가를 받은 상태라 연내에 모스크바에도 사무소를 비롯한 현지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박 행장은 “이번 뉴델리 사무소 개소와 모스크바 현지법인 설립은 우리은행 역점사업인 ‘아시아 금융 벨트 구축’에 한 발 더 다가간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자평했다.
박 행장의 해외 진출 의지는 그의 행보에서도 읽을 수 있다. 취임 초인 4월 미국 현지법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을 시작으로, 싱가포르지점 쑤저우지점 런던지점 등을 잇따라 찾아 현지 직원들을 격려했다.
“몰입해서 일 할 때와 마지못해 일 할 때의 생산성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박 행장이 틈만 나면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얘기다. 그가 지금 해외 진출에 몰입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결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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