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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액권 초상 선정 과도한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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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액권 초상 선정 과도한 '집착'

입력
2007.10.2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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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은 선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판이 아닌 곳에서도 ‘네가티브(상대 흠집내기)’가 벌어지고 있다. 고액권 초상인물 선정을 둘러싼 최근의 공방이 그렇다. 그 현장으로 들어가보자.

#1. 최근 한 여성단체가 개최한 토론회. 참석자들은 “여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지만 신사임당은 적합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며칠 뒤 열린 전국여성대회. 강릉지역 여성단체는 다른 시ㆍ도 여성단체 회원들에게 신사임당을 추천해야 한다며 전단지를 뿌렸다.

#2. 장영실을 적극 지지하는 과학계는 최근 2,000여명의 서명을 받은 건의서를 한국은행에 제출했다. 10명의 후보군에 들지 못한 광개토대왕을 밀고 있는 광개토대제기념사업회는 이성태 한은 총재 앞으로 서한을 보내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쯤 되면 국론분열 수준이다. 온라인에서는 싸움이 더 험하다.

한 나라 화폐의 초상 인물이 갖는 상징성은 두말의 여지가 없다. 국민으로서 개개인의 의견과 철학을 적극 개진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국가지도자를 뽑는 것도 아니고, 종교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더욱 더 아니다.

수백년전 인물들을 무덤 속에서 꺼내 주관적 잣대로 재단하며 띄우고 헐뜯을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신사임당이나 유관순이 된다고 해서 여성의 실질적 지위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장영실이 된다고 해서 이공계가 우대받는 것도 아닌데, 왜 여기에 이토록 집착해야 하는지.

한은 스스로 화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문제의 발단은 여론의 청취가 아닌 여론의 눈치를 본데 있다. 처음부터 인물선정의 원칙과 과정을 떳떳하게 공개했다면 이 꼴사나운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을 터. 이럴 바에야 차라리 ‘인물 없는 화폐’는 찍는게 낫겠다.

경제산업부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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