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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사임당보다 유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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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사임당보다 유관순

입력
2007.10.2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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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라는 것이 원래 귀해서 그런지, 고액권이라 더 그런지, 2009년에 발행될 10만원권과 5만원권 지폐의 모델을 놓고 의견이 무성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고액권 초상 인물 후보가 김구 신사임당 장영실 안창호 등 4명으로 압축됐다. 한국은행은 2명을 최종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여론의 추세로 보아 그 중 한자리는 워낙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김구에게 돌아갈 듯하다. 나머지 한 자리를 겨냥한 여론 만들기 경쟁이 치열한 셈이다.

▦ 여성계는 이번에는 기필코 여성 모델이 모셔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는데, 그 필연성을 부정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최근 선정대로라면 신사임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전에 지난해 새로 발행된 5,000원 권을 보았으면 한다.

한쪽은 율곡 이이의 초상이, 뒤편에는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草蟲圖)> 가 실려 있다. 다시 고액권에 신사임당을 모신다면 그 집안이 두 종류 화폐의 3개 면을 차지하는 편중현상이 벌어진다. 한 화폐도안 자문위원은 "모자가 나란히 화폐에 등장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하다"는 희한한 논리를 전했다고 한다.

▦ 그는 또 "2차 후보 10명에 포함됐던 유관순은 독립운동가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 등의 이유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편중현상을 막으려면 3개 면을 차지할 신사임당 집안과, 역시 역사적 기여도가 그리 커 보이지 않는 두 명의 성리학자 이이와 이황을 모신 것부터 돌아봐야 했을 것이다.

유관순은 젊지만 진취적인 여성이고 투철한 독립운동가였다. 이런 양면이 오히려 더 평가를 받을 만하지 않은가. 화폐 도안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유관순은 늘 신사임당에 앞서 왔다.

▦ 2001년 조사에서는 세종대왕 단군 이순신 김구 유관순 광개토대왕 신사임당 순이었다. 3년 전 여성 국회의원에게 조사했을 때도 유관순이 신사임당의 두 배에 가까웠고, 지난 여름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유관순이 앞서 있었다.

한국은행 주변에 반(反) 유관순 정서가 흐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최근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등 여성단체들의 "화폐 여성 중 유관순이 가장 적합하다"는 입장 표명이 잇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민심과 여심이 거기에 있는 것이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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