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정원을 놓고 대학들의 균열 조짐이 뚜렷하다.
서울ㆍ수도권 소재 대학들은 표면상 "로스쿨 보이콧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이지만 상ㆍ중위권 대학 간에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로스쿨 반대 움직임을 밝혔던 지방대학들은 "2,000명도 수용할 수 있다"며 한결 누그러진 분위기다.
로스쿨 유치를 자신할 수 없는 대다수 사립대들은 여전히 총정원에 목을 메고 있다.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 회장인 장재옥 중앙대 법대 학장은 "보이콧 서약서를 제출한 36개 대학 외에도 추가로 동참 의사를 밝힌 대학이 여럿 있다"며 "1,500명 정원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명확히 밝힌 만큼 다각도로 대응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로스쿨 보이콧 초강수 배경에 이 문제를 차기 정권으로 넘겨 다시 논의해 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로스쿨 유치 및 정원확보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인 이른바 '빅3' 대학들도 겉으로는 교육부안에 반대하고 있다. 로스쿨 인가신청 거부 서약서를 제출한 대학 명단에도 들어있다.
홍복기 연세대 법대 학장은 "사실 학교 입장에서 보면 로스쿨를 유치하더라도 학교 이미지나 교세 확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없다"며 "'양질의 법률 서비스 제공'이라는 제도 도입의 취지에 부합하려면 개별 대학의 입장보다 전체 밑그림을 잘 그리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대학 관계자는 "법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측면에서 볼 때 진입장벽을 넓히는 일은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총정원이 원안대로 확정될 경우 일단 개별 대학 정원 상한선인 150명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쏟아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치가 확정적이어서 느긋하게 상황을 기다리며 실리를 취하겠다는 뜻이다.
지방 국ㆍ사립대의 입장 변화는 더 극적이다. 이들은 25일 '주요 국립 및 사립대 총장 일동'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2009년 첫해 총정원을 2,000명으로 하자"는 조정안을 들고 나왔다.
지방 대학들의 돌연한 입장 변경은 총 정원과 관계없이 로스쿨 유치 자체가 학교 위상 제고에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충청권의 한 법대 학장은 "의대나 로스쿨이 지방대에 갖는 의미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우수 인재 유치는 물론 학교를 대외에 알릴 수 있는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인 최현섭 강원대 총장은 "총 정원은 시장 수요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문제"라며 "자칫 정치 일정에 휘둘려 로스쿨 도입이 표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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