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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사 CEO들, 새 '금맥' 찾아 오지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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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사 CEO들, 새 '금맥' 찾아 오지 누빈다

입력
2007.10.2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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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현대종합상사 나이지리아의 현지 지사장이었던 A씨는 본사로부터 특명을 받았다. 무조건 교통부 차관의 한국 방문을 성사시키라는 것.

A지사장은 고민 끝에 선물용으로 갖고 있던 홍삼으로 삼계탕을 끓여 나이지리아 차관을 감동시켜 결국 방한을 이끌어 냈다. 현대종합상사에서 전해지는 실화다. ‘상사맨이라면 알래스카에 가서 냉장고 정도는 쉽게 팔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상사 직원들의 지론이다.

종합상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런 상사맨 정신을 바탕으로 오지에서 금맥을 캐고 있다. 이들은 기존 시장에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 오지에서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자존심이 무너졌던 종합상사들이 오지에서 다시 과거 명성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SK네트웍스 정만원 사장을 비롯 삼성물산 지성하 사장, LG상사 구본준 부회장, 대우인터내셔널 강영원 사장, 현대종합상사 노영돈 사장 등 5개 종합상사 CEO들이 있다.

SK네트웍스 정 사장은 올해 3월 초 중국 산시성(山西省)에 있는 화북 최대 동광산을 찾았다. 인근에 가정집은 커녕 변변한 건물 하나 없는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이 광산이 중국 최대 규모인 200만톤 이상의 매장량을 보유해 향후 50년 이상 채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투자를 결정하고 광산 소유업체인 북방동업주식유한공사의 지분을 인수했다. 정 사장은 “세계 각국의 자원무기화 정책에 따라 우리나라의 해외자원 개발사업이 시급할 뿐만 아니라 회사의 미래성장 엔진으로서의 의미도 커 오지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지성하 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전쟁터든 오지든 어느 곳에서나 남다른 사명감과 개척정신으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 사장은 다음주 이란 테헤란 출장길에 오른다. 이에 앞서 지 사장은 올해 4월 아프리카 적도에 위치한 기니, 가나 등의 오지를 다녀왔다.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을 해야만 사업의 감이 잡힌다는 지 사장은 전쟁터든 분쟁 지역이든 가리지 않는다.

이런 개척 정신으로 지 사장은 최근 큰 성과를 올렸다. 중국 베이징에서 1,000㎞ 떨어진 서부 내륙의 닝샤(寧夏) 회족자치구 옌츠(鹽池)현에 위치한 마후앙산(麻黃山) 서광구에 대한 석유 생산에 성공한 것. 지 사장은 CEO에 오르기 전 중역 시절부터 지난 10년 동안 중국 마후앙산 서광구 개발에 주력, 드디어 상업적인 생산에 성공했다.

현대종합상사 노영돈 사장은 이 달 18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폭탄 테러 사건을 외신으로 접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국내 상사 중 유일하게 파키스탄에 지사를 설치, 철강이나 플랜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은 치안이 극도로 불안정해 국내 업체는 물론 외국 업체들도 진출을 꺼리는 지역. 하지만 노 사장은 ‘그럴수록 기회는 더 많다’는 지론이다. 그는 파키스탄 정부 주도의 SOC 사업 참여를 통해 또 다른 성공 신화를 기대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강영원 사장은 미얀마 등지에서 가스전 개발을, 파푸아뉴기니 등 치안이 불안 곳에서는 에너지 사업 확대를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실제 미얀마 A-1 및 A-3 광구 천연가스전의 총 원시매장량은 5.4~9.1조 입방피트로 국내 기업이 발견한 해외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LG상사 구본준 부회장은 러시아 사하공화국 ‘남 야쿠치야(Yakutia) 종합개발 프로젝트’ 등 동유럽 및 CIS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을 통해 미래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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