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면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 중 하나가 TV안테나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파트 거주자가 늘고 케이블(CA)TV가 널리 보급됨에 따라 옛날과 같은 안테나가 급격히 줄었다.
태풍이라도 한 번 휩쓸고 가면 지붕 위로 올라가 안테나 방향을 바로잡는 모습은 옛날 이야기가 됐다. 대신 위성방송을 보기 위한 접시안테나가 늘었다. 이 접시안테나는 단독주택은 물론 아파트 베란다에도 촘촘히 달려있다. 반면 베란다가 없는 건물은 접시안테나를 달 수 없다.
● 한개 설치로 다세대 시청
아파트에는 지상파 TV방송 전파를 잡아 세대별로 전해주는 TV공시청안테나설비가 오래 전부터 의무화돼 있어 단지별 또는 동별로 큰 안테나 하나를 공동으로 쓰면 된다. CATV가 나온 뒤에는 CATV 구내선로설비를 별도로 설치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이 두 설비는 설치 비용이 아파트 건축비에 반영돼 있고 그 설비는 입주자의 소유다. 반면 위성방송 공동수신설비는 규정이 없어 접시안테나를 사서 개별적으로 달아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위성방송 공동수신설비 정책방안을 마련했다.
기존 TV공시청안테나설비를 이용해 여러 세대가 하나의 접시안테나로 위성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은 지금보다 편리하게 방송매체를 선택할 수 있고 방송사업자간 경쟁이 촉발돼 서비스 품질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CATV업계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다. CATV 사업자들은 "위성방송은 접시안테나를 사용해야 하며, 공시청수신설비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공시청수신설비는 유선선로이므로 유선방송인 CATV 사업자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비의 주인이 아파트 입주자인 점을 생각하면 CATV 사업자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지상파 TV방송도 유선방송이 아니므로 공시청수신설비를 사용할 수 없게 해야 맞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안테나와 TV 수상기를 연결하는 구내선로나 장비는 입주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규제개혁위원회도 공시청수신설비로 위성방송을 볼 수 있게 제도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이를 이용해 요금을 받는다면 별도의 제도가 필요할 것이다.
● CATV측 "불허"주장은 독선
CATV 사업자는 또 위성방송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는데, 그간 CATV가 기존 건물의 공시청수신설비를 이용하고 신축 건물에서는 구내선로설치 의무화라는 혜택을 누린 점을 감안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다. 반면 늦게 출발한 위성방송은 이제야 공시청수신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얻었으니 달리 보면 지금까지 오히려 손해를 본 것이다.
게다가 세대별 접시안테나를 달지 않아도 되므로 부담도 덜 수 있고 입주자들이 원하면 위성방송사업자와 협의해 공시청수신설비를 위성방송수신설비로 이용할 수도 있다. 입주자가 자신의 재산인 공시청수신설비를 방송매체 선택에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로 시빗거리가 될 수 없다.
이처럼 아파트 공시청안테나로 위성방송을 볼 수 있게 하는 정책은 시청자의 매체 선택권 보장, 난시청 해소, 주거환경 훼손 방지, 방송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어느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잣대는 소비자의 선택권이다. 이는 방송정책이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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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종ㆍ정보통신부 전파방송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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