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가 뒤바뀐 그림을 그대로 베꼈군요.”
이중섭, 박수근 화백 작품의 진위 여부를 수사하던 검찰 관계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한 그림에 대한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문제의 작품은 이중섭 화백의 ‘물고기와 아이.’
사연은 이렇다.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 미술관은 2002년 개관과 함께 소장 중인 작품과 사진으로만 알려진 이 화백의 작품들을 모아 기념 화집을 제작했다.
그런데, 제작 과정에서 실수로 ‘물고기와 아이’는 좌우가 뒤바뀌어 인쇄됐다. 일종의 제작사고였던 셈. 한국고서연구회 명예회장 김용수(구속영장 청구)씨가 경매회사를 통해 내놓은 ‘물고기와 아이’는 이 화집 속의 그림과 똑 같은 모습이었다. 화집만 보고 위작을 만들다 보니 좌우가 뒤바뀐 것까지 고스란히 베낀 것이다.
덧칠 사실이 드러나 위작 판정을 받은 그림도 있었다. 박 화백의 ‘한복 입은 여인’ 등 19점은 1956년 당시 중학교 2학년생이었던 이모씨가 스케치북에 그렸던 그림이었다. 범인은 이 그림에 덧칠을 해 박 화백의 화풍처럼 보이게 했으나 덧칠 흔적을 찾아낸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일부 작품은 X선 분석기 조사 결과 금속성 광택을 내는 펄(Pearl) 물감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져 위작 사실이 들통났다. 이 물감은 두 화백이 작품 활동을 했을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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