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요금 절감 장치인 회선자동선택장치(ACR)를 중국에서 불법 복제한 뒤 국내에 유통시킨 조직이 적발됐다. ACR 특허권을 가진 국내 S사는 불법 복제품의 대량 유통으로 1조8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24일 특허법 위반 혐의로 ACR 불법 복제 총책 이모(53)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에 나서는 한편, 판매업자 정모(45ㆍ여)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S사가 16억원의 연구비를 들여 자체 개발한 정품 ACR을 중국에서 무단 복제한 뒤 국내 판매업자들에게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S사가 지난해 9월 ACR 출시 2개월을 앞두고 홍보용으로 만든 시제품을 입수, 중국 선천으로 건너가 M사를 차린 뒤 프로그램 복제 전문가 등을 고용해 불법 복제품 2만여개를 만들어 항공화물 등을 통해 국내로 전달했다.
이씨로부터 불법 복제된 ACR(정품 시가 3만원)를 건네 받은 정씨 등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정가의 6분의 1 수준인 개당 5,000원에 판매해 2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중에 풀린 ACR가 족히 100만개는 되는데, 그 중 절반이 복제품”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앞서 국정원은 5월 국가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 받은 첨단 산업체를 중심으로 기술유출 예방 활동을 벌이다 S사가 자체 개발한 ACR가 불법 복제돼 국내에 대량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경찰과 함께 수사를 해왔다.
경찰은 인터폴과 공조, 중국으로 도피한 이씨의 강제 송환을 추진하는 한편, 첨단산업기술의 해외유출 사범 검거를 위해 국정원, 특허청 등 유관 기관과 공조 수사를 강화키로 했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 관계자는 “첨단 제품에 대한 복제품 유통 등 특허를 침해하는 행위는 기술개발업체에 직접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연구개발 의욕마저 꺾는 중범죄”라고 말했다.
■ ACR(Auto Calling Routerㆍ회선자동선택장치)
휴대전화 충전 단자에 장착해 기존 통화 요금보다 30~40% 비용을 절감시켜주는 장치. 기간통신사(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SKT, KTF, LGT)로부터 회선을 임대 받은 별정통신사업자(080, 1588, 1544 등 수신자부담서비스)를 이용해 전화를 걸 경우, 기존에는 ‘080-000-0000-통화연결-발신번호-#’ 등의 버튼을 모두 눌러야 했지만, ACR를 부착하면 이 번호를 자동 인식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 전화를 걸면 된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