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25일 자신의 투자회사(대구텍) 방문차 한국을 찾는다. 지금까지 알려진 버핏의 한국기업 투자는 3월 연례투자서한에서 밝힌 포스코(당시 지분율 4%) 등 20종목 가량. 당시 버핏이 투자했다는 소식 하나 만으로도 포스코의 주가가 며칠간 들썩였을 정도로 버핏의 혜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은 크다.
이번 방한에서 버핏이 또 어떤 종목에 투자할지 또는 했는지, ‘무거운 입’을 열지는 미지수다. 만약 그의 평소 투자원칙에 맞춰 버핏이 한국에서 추가로 투자할 만한 종목을 골라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버핏은 흔히 ‘가치투자’의 귀재로 불린다. 당장 눈에 띄는 기업보다 숨겨진 가치를 지닌 기업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증시에서는 대개 당장 이익증가율이 높은 기업을 ‘성장주’, 자산 등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가치주’로 구분하는데, 바로 이 가치주 투자는 버핏 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향후 한국 증시의 장기투자 전략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로 볼 때, 2050년 인구의 40%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 65세 이상 노년층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성장주보다는, 배당이나 자산가치가 눈앞에 보이는 가치주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고성장 시대에서 점차 선진국형 저성장 시대로 접어드는 한국 경제상황 역시 저성장ㆍ불황기에 강세를 보이는 가치주의 매력을 뒷받침한다. 실제 2000년대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신용카드 사태 등 주가 급락기에도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고 큰 폭으로 반등하는 특성을 보여왔다.
버핏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한국의 우량기업을 가치투자의 대상으로 골랐다면 국내 투자자들은 대형주가 주도하는 코스피 시장에 가려있는 코스닥 시장에서 진주를 찾아볼 수 있다.
대우증권 정근해 연구원은 24일 버핏이 투자할 만한 코스닥 종목으로 황금에스티, 신성델타테크, 삼영엠텍, 테크노세미켐, KCC건설, 티에스엠텍, 성우하이텍 등 7개 기업을 꼽았다.
모두 ▦3년 이상 매출액 증가율이 15% 이상에 ▦3년 연속 자기자본이익률(ROEㆍ기업이 투자된 자본으로 어느 정도 이익을 올리는가를 나타내는 수치) 15% 이상 ▦지난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ㆍ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 높을수록 고평가)이 15배 이하 등 ‘가치’로 무장한 종목들이다.
정 연구원은 “그동안 코스피 시장의 가치주는 종종 주목받았지만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에서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며 “최근 코스닥 시장 약세로 우량 기업들에 대한 저가 매수 기회가 많아진 만큼 버핏의 원칙을 따라 가치를 믿고 장기투자를 결정하는 것도 유용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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