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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이상한 나라 앨리스' 獨서 호평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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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이상한 나라 앨리스' 獨서 호평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입력
2007.10.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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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이웃집 대문 앞을 서성이던 열 살짜리 소녀가 있었다. 우연히 그 집의 야외전축을 통해 들었던 오페라 <토스카> 의 선율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수줍은 성격 탓에 쉽게 문을 두드리지 못했다.

늘 음악에 목말랐던 소녀는 방송국 주최 가족노래자랑에 나가서 그토록 꿈꾸던 전축을 받았다. “2등을 해야 전축을 받는데 1등을 할까 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몰라요.”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진은숙(46)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큰 소리로 웃었다.

지난 6월 세계적 오페라극장인 독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를 성공적으로 초연한 진씨가 한국에 왔다. 지난해부터 열고있는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노바’(11월 2일 KBS홀, 6일 세종체임버홀)를 위해서다. ‘비올라, 비올라’ 라는 제목의 이번 공연에서는 비올라의 매력을 재조명한 현대작품들을 소개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가 오페라 전문지 <오페른벨트> 에 의해 ‘올해의 초연작’으로 뽑히는 등 큰 호평을 받았는데.

“너무 오랫동안 고생했던 작품이다. 가수 한 명이 공연 직전에 아파서 급히 대타를 세우기도 했고, 연출자와는 싸움도 많이 했다. 지휘자 켄트 나가노는 2011년에 속편 <거울 뒤의 앨리스> 를 올리자고 하는데 2013년으로 미뤘다.”

-국내에서는 언제 볼 수 있을까.

“덩치가 큰 작품이라 가까운 시일 내에는 어려울 것 같다. 일단 11월 7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공개 강좌를 열고 음악을 소개하려 한다. 도이치그라모폰 레이블로 DVD도 나올 예정이다.”

-이번 공연 때 직접 위촉한 최우정의 첼로협주곡 <러브 송> 이 초연되는데.

“80년대에도 오케스트라가 작품을 위촉하는 작업이 이뤄졌는데, 요즘은 거의 그런 일이 없다. 요즘 세대는 놀고 먹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음악 듣는 것을 비싼 차나 명품 백처럼 소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매년 한 작품씩 위촉해 초연할 생각이다.”

-공연 프로그램 짜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현대음악만으로 좋은 공연을 만들기가 어렵다. 적절하게 믹스를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현대음악만 하는 연주회는 나도 지루해서 잘 안간다.(웃음) 한 번 프로그램을 짤 때 100곡 넘게 듣는다.”

-마스터클래스도 열고 있는데, 한국 작곡 전공생들의 수준은 어떤가.

“창의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외국 교수들이 한국인이 쓴 것은 이름을 안 봐도 안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 상투적인 흉내내기가 대부분이다. 또 굉장히 쉽게 쓴다. 나에게 작곡은 지옥 불에 지지는 것 같은 고통인데, 지옥 근처에도 안가는 것 같다.”

-언제 어디서 작곡을 하나.

“시간 날 때 아무 데서나 쓴다. 남편(핀란드 피아니스트 마리스 고토니)이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아이 장난감이 널린 집에서 살림을 하면서 곡을 쓴다. 나이가 드니까 집중하기가 힘들어져서 지난달에 집 앞에 작업실을 얻었다.”

-18세 연하인 남편과는 어떻게 만났나.

“헬싱키에서 내 작품 연주회가 열렸는데 무대 뒤로 찾아와 악보를 얻고 싶다고 했다. 그 뒤로 베를린에 오면 연락을 해와 만나게 됐다. 6살인 아들 리윤이는 벌써 지휘자가 되겠다고 한다.”

-시아버지인 랄프 고토니가 지휘하는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11월 6일)과 공연 날짜가 겹쳤다.

“안그래도 서로 손님 뺏기게 생겼다고 걱정하고 있다.(웃음)”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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