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고용은 그만큼 늘지 않는'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의 덫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24일 발표된 제조업체 종사자 통계는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광업ㆍ제조업 종사자수(제조업체 비중 99.5%)는 293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중소기업 맏형격인 직원 규모 100~299명 업체에서는 오히려 3.2%나 줄었다.
그렇다고 기업의 성적표까지 저조한 건 아니다. 지난해 광업ㆍ제조업체의 총 출하액과 부가가치는 각각 전년 대비 7.3%, 4.7% 증가했다. 유형자산 잔액은 7.9%나 늘었다.
살림살이가 커지는데도 이를 꾸려나갈 직원을 채용하는 데에는 점점 인색해지는 것이다. 유형자산이 10억원 늘어났을 때 고용증가 인원은 2003년 35명에서 2004년 18.6명, 2005년 3.1명, 지난해에는 2.2명으로 매년 급감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은 정보기술(IT) 발달에 따른 생산 자동화, 고부가가치 산업을 위시한 산업구조 재편 등이 원인이다. 반면 넉넉한 일자리를 보장하는 섬유 등 저부가가치 산업은 급속히 해외로 빠져나갔다. 더 이상 제조업의 고용창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법은 없을까? 정부는 최근 5년 간 일자리 창출 관련 예산으로 3조1,000억원, 기금까지 포함하면 총 12조1,00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실효를 보지 못했다.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대책도 지지 부진하다. 전문가들은 규제 정비 등을 통해 시장에 숨을 불어넣고 새로운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직접 개입에 의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다"며 "의료 법률 관광 등 고급 서비스시장을 과감하게 개방하고 기업환경을 풀어줘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새로운 고용 창출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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