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운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 유니콘스에 긴급 자금을 대출해주는 사태가 발생했다. KBO는 야구단의 10월 급여일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현대에 선수단과 임직원 월급 등 운영 자금 10억원을 지원했다.
이상일 KBO 운영본부장은 24일 “KBO가 금융기관에서 10억원을 대출 받아 현대에 지원을 했다. KBO 기금에서 나온 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대는 올시즌 중에도 KBO의 지급보증을 통해 농협중앙회에서 115억원을 대출 받아 팀을 어렵게 꾸려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KBO가 직접 대출을 받아 현대에 지원한 것이다.
KBO의 이 같은 조치는 STX그룹과의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급여 미지급에 따른 현대의 공중분해를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야구규약 35조(지불조항위반)는 ‘구단이 계약서에 기재된 참가활동보수(급여)또는 공식 지불해야 할 금액에 착오가 생기거나 이행을 태만히 하고 더욱이 선수가 이행을 독촉한 날로부터 15일을 경과해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선수는 서면에 의한 해약통고로써 계약을 무조건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월급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선수들이 모두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게 돼 아무런 제약 없이 다른 구단으로 옮길 수 있다는 의미다.
KBO가 구단에 운영 자금을 긴급 지원한 것은 지난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 이후 2번째다. IMF 사태 이후 극심한 운영난을 겪던 쌍방울은 당시 야구규약 38조(응급조치)에 따라 KBO 기금에서 선수단 및 임직원 급여 20억원과 전지훈련 비용 등 30여억원을 받았다. KBO는 이후 SK그룹이 쌍방울을 인수, 와이번스를 재창단한 뒤 SK로부터 비용 전액을 돌려 받았다.
KBO는 쌍방울의 전례처럼 STX의 현대 인수를 낙관하고 있다. 이상일 본부장은 “STX가 최근 굵직한 M& A건을 성사시키느라 야구단 인수에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이로 인해 협상이 진척을 보진 못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만남을 갖고 실무 협의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STX는 지난 23일 세계 2위 규모의 노르웨이 조선 그룹이자 세계적 크루즈선 건조사인 아커 야즈의 지분을 8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본부장은 “STX가 분명 야구단 인수에 뜻이 있기 때문에 11월 중으로는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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