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다. 국내 선두업체가 이제야 크루즈선 개발을 추진 중인데, 원천기술을 보유한 세계 2위의 크루즈선 제조사를 통째 사들이다니."
조선업계의 한 임원은 경쟁업체인 STX그룹이 23일 유럽 최대 조선소 '아커 야즈'를 인수한데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간 잠잠했던 STX가 또 '일을 냈다'는 평가다.
'샐러리맨의 신화' '인수ㆍ합병(M&A)의 알라딘'이라는 별명이 붙은 STX그룹 강덕수(56ㆍ사진) 회장이 다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북 시골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평범한 대학생활을 마치고 쌍용그룹에 입사한 그에게 외환위기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강 회장은 외환위기 여파로 어려워진 쌍용중공업의 경영권을 사재를 털어 인수했다. 당시엔 '무모한 도전'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올인'은 매출 10조원ㆍ자산 7조4,000억원ㆍ재계 서열 20위(올해 예상치)의 대형그룹 탄생의 서막이었을 뿐이다. 강 회장은 '숫자'에 강하다. 기획, 총무, 재무 등 회사 경영상황에 능통한 부서에 두루 근무했다.
그는 퇴출위기에 처했던 쌍용중공업을 필두로 M&A 행진을 이어갔다. 2001년 대동조선, 2002년 산단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를 인수했고, 기존 회사 분리ㆍ신설로 지주사격인 STX을 포함해 STX엔진, STX중공업, STX엔파코, STX건설을 일궈냈다.
한때 업계에선 "무모하다" "뒤에 누군가 있다"라는 말이 나돌았지만, 지금은 '쑥' 들어갔다. 최근 STX팬오션 상장에 이어 STX엔파코와 STX중공업 상장도 준비 중이다. 추가 M&A를 위한 '실탄'이 지속적으로 들어온다는 얘기다. 요즘엔 야구단 인수도 추진 중이다.
강 회장은 신입사원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오너들이 대개 그렇지만, 그는 더 하다. 신입사원 2,000여명의 최종면접을 모두 본다. 합격하면 중국으로 8박9일간 연수를 보내고, 부모에겐 '축하 난'을 보낸다. '회사 발전은 사람에게 달렸다'는 게 그의 신조다.
대부분 계열사의 신입사원 초봉이 4,000만원 안팎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그를 신입사원과 씨름하던 과거 정주영 회장 같다는 이도 있다. 그런 탓인지 대학가에선 STX그룹의 인기가 4대 그룹 못지않다.
원했던 것을 다 가지진 못했다. 지난해 그토록 원했던 인천정유를 SK에 내주는 고배를 마셨다. 한국종합에너지(현 포스코파워)는 포스코에 내줬다.
강 회장은 에너지 분야에 '집착' 수준의 애정을 보이고 있다. 인천정유 입찰에서 떨어졌을 때는 며칠 밤 잠을 못잔 듯한 인상이었다고 한다.
강 회장은 평소 "에너지는 현 기업구조에서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크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에쓰오일 지분인수에 실패한 뒤에는 "아직 업계에서 우리를 그룹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며 씁쓸해 하기도 했다. M&A의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강 회장이 다음 목표로 어디를 택할지 주목된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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