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담배소송’ 항소심 재판이 시작조차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23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김모씨 등 폐암 환자와 가족 28명이 “흡연으로 인한 폐암 발병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2건의 담배소송이 올해 2월15일 항소장 접수 이후 9개월째 단 한 차례의 변론기일조차 열지 못했다.
재판이 이처럼 늦어지는 것은 방대한 사건기록 때문이다. 원고 측은 1심 선고 후 6개월이 지나서야 300쪽 분량의 준비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했으며, 국가와 KT&G 측은 아직 답변서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사소송의 경우 원칙적으로 5개월 내에 판결하도록 돼있고 길어도 1, 2년 내에 모든 재판이 종결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내년 2월에는 법원 정기인사가 예정돼 있어 담당 재판부가 바뀔 경우 소송은 더장기화할 전망이다. 담배소송은 1심 때도 판결이 나기까지 4차례나 재판부가 바뀌고, 7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면서 당초 원고 중 7명이었던 암환자 중 3명은 1심 결과조차 보지 못한 채 사망했다.
소송이 장기화하자 일부에서는 이 사건 재판에 부담을 느낀 재판부가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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