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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사극 왕과 나·이산의 정치적 시각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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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사극 왕과 나·이산의 정치적 시각 비교

입력
2007.10.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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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반영인가, 아니면 드라마일 뿐인가.

월화 드라마 SBS <왕과 나> 와 MBC <이산> 의 경쟁이 치열하다. ‘사극 대가’인 김재형 PD와 이병훈 PD가 연출해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두 드라마는 왕권을 둘러싼 ‘권력다툼’이라는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서로 상반된 정치관으로 조선시대 왕정의 모습을 비춘다. 비슷한 듯하지만 확연한 차이점을 보이는 두 드라마의 정치적 시각을 비교해봤다.

■ 정권획득 VS 정의실현

<왕과 나> 의 조치겸(전광렬)은 친구나 수하들을 죽이는 것은 물론, 왕마저 독살할 만큼 권력획득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반면 <이산> 의 이산(이서진)은 권모술수 같은 건 부리지 못한다.

그래서 조정 대신들의 모함에 빠지지만 공적인 정치 활동을 통해 결백을 밝힐 뿐이다. 이산이 어린 시절 역모의 누명을 뒤집어쓸 뻔했지만 술수를 부리지 않고 인내하다 사건이 조작됐다는 증거가 영조(이순재)에 의해 발견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왕과 나> 에서 정치의 목적이 정권 획득이라면, <이산> 에선 정당한 권력 획득과 권력의 정의로운 사용이라 할 수 있다.

■ 왕의 능력에 대한 상반된 묘사

권력을 얻는 방법이 다르니 왕의 역할도 달라진다. 이산은 모든 면에서 준비된 왕(정조)으로 묘사된다. 그는 드라마에서 무예, 그림, 정치적 식견과 해외 문물까지 통달했다.

이는 틈만 나면 세손으로서의 능력부족을 걸고 넘어지는 정적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이다. 오직 업무능력으로 인정을 받으려는 왕의 모습이 뚜렷하게 강조된다.

반면 <왕과 나> 에서는 성종(고주원)의 능력이 두드러지게 묘사되지 않는다. 왕의 합궁, 후궁 입궐과 같이 병풍 뒤에서 오가는 여러 비공식적인 음모와 정치가 드라마의 주된 코드로 작용되고 있어서 군왕의 정치적인 능력, 즉 <이산> 에서 강조됐던 왕의 업무능력이 강조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사극은 현실을 반영한다?

<왕과 나> 와 <이산> 은 <왕과 나> 가 박빙의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권모술수만을 통해 권력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이 주로 등장하는 <왕과 나> 와 정치가의 행정과 정치력을 강조하는 <이산> 이 비슷한 시청률을 보인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라면서 “이는 현재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치 인식을 보여주는 한가지 현상일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두 편의 사극이 보여주는 정치에 관한 묘사가 정치인들이 온갖 비리로 휘청이고, 정책 대결은 실종된 요즘 정치판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하지만 <이산> 과 <왕과 나> 에 모두 호응을 보내는 시청자의 반응은 대중의 정치적 인식을 보여주는 단서는 아닐까.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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