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주둔중인 자이툰부대의 철군을 1년 연장키로 한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 배경에는 한미공조 강화를 통한 북한 문제 해결이라는 노림수가 담겨있다.
이라크 문제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 측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는 논리다. 즉 자이툰부대의 철군 연장을 통해 북핵 문제의 진전을 꾀하겠다는 판단이 들어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도 “지난 4년간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었던 것은 굳건한 한미공조 토대 위에서 가능했던 일”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가 논의되는데, 이는 미국의 참여와 협력없이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어느 때 보다 한미간 긴밀한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철군 연장은 지난달 7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열린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는 노 대통령에게 자이툰부대의 활약상을 칭찬하면서 사실상 주둔 연장을 요청했고, 노 대통령은 “동맹국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이번 연장 결정으로 부시 대통령의 요청을 노 대통령이 받아들인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외교전문가들은 “미국에 대해 보다 대등한 관계에서 할말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기 위해 철군 연장이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이라며 “미측의 요구를 먼저 들어줬기에 이젠 우리 측에서 북핵 문제에서 미국에 강도높은 주문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4자 정상회담 및 종전선언 발표 등의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 이행과도 맥이 닿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능하면 노 대통령의 임기내에 이 같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미국 측을 움직이기 위해 철군 연장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물론 노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이라크 진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경제적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재건사업과 각종 유전개발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려면 철군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경제적 측면은 부차적인 것이고, 노 대통령의 치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진전이 철군 연장의 주 배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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